[침묵의 살인마 - 폭염 ②] 동부 유럽・시베리아 지역도 이상고온···원인은?  
[침묵의 살인마 - 폭염 ②] 동부 유럽・시베리아 지역도 이상고온···원인은?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7.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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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iddlebury.edu
출처: middlebury.edu

언제부턴가 매년 여름이면 세계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해 사상 최고 기온이 경신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구가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더이상 폭염 소식은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폭염이 코로나19 이후 인류에게 닥칠 최대 위협이라며, 폭염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명뿐 아니라 재산 피해와 같은 폭넓은 사후 피해를 남기는 폭풍우나 홍수 등과는 달리, 폭염은 조용하게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고 하여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지역은 북미 지역뿐만이 아니다. 북미 태평양 연안 지역과 마찬가지로 동유럽과 시베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고온에 익숙하지 않아 더욱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 우크라이나, 세르비아, 헝가리 등 동부 유럽도 '이상고온'으로 몸살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지난 6월 월 평균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고, 그와 관련된 사건사고 역시 함께 늘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그린(Bloomberg Green)의 보도에 따르면, 세르비아에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떼지어 강이나 수영장으로 향하면서 익사 사고가 빈번해졌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일부 해변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박테리아가 보고되어 당국이 경고하였으나 많은 주민들이 이를 무시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지난해 시베리아 제1도시의 모습 | 출처: moscowtimes
지난해 시베리아 제1도시의 모습 | 출처: moscowtimes

모스크바에서는 6월 말 34.8°C를 기록하여 1901년 이래 6월 기온 중 최고 기온을 세웠고, 시베리아 동부지역의 기온은 30°C를 넘겼다. 남부 유럽 국가들은 지난 몇 년 사이 기후변화가 악화되면서 나타난 고온의 건조한 날씨에 비교적 익숙해졌지만, 동부 유럽 지역은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이어지는 몇 주 동안 폭염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불가리아 기상청에 따르면 불가리아 내 일부 도시의 기온은 39°C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수도 부쿠레슈티를 포함한 7개 지역이 41°C에 육박한 기온을 기록하며 현재 긴급 상황인 '코드 레드'를 띄우고 있다. 

◼︎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 섞어주는 제트 기류 약화로 '열돔' 심해져
과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폭염 현상이 '제트 기류'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트 기류란 지구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에서 수평으로 부는 강한 공기의 흐름을 의미한다. 북반구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제트 기류가 보통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데, 이 제트 기류가 약화되면서 열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북미 서부 지역 역시 이와 같은 원리로 폭염을 겪고 있는 것이다. 

폭염의 원인으로 '제트 기류'뿐 아니라 '기후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로 이 제트 기류가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고, 또 일부 과학자들은 특히 시베리아 동부 지역의 폭염은 제트 기류와 기후변화 모두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 bayernlb
출처: bayernlb

◼︎ "폭염 배경, 인간활동이 야기한 '기후변화' 빼놓을 수 없어"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은 2020년에도 지속되었는데, 이와 같이 오래 지속 중인 이상고온은 기후변화가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 논문도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인간 행동이 야기한 기후변화가 시베리아 지역 전반에서 열파 발생 빈도와 정도를 높였으며, 이 열파가 아시아 대륙 전체로 확대된다고 결론지었다.

지난해 시베리아 북극 지역에서 발생한 강한 산불이 대기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산림지역을 대거 파괴한 것도 현재 인근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다. 또,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지구관측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달 말 베르호얀스크 지역의 지표면 온도는 48℃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