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고난의 길' LCC,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어렵다
[이슈진단] '고난의 길' LCC,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어렵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6.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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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국내 저비용항공사)의 고난의 길이 좀 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항공업계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기간이 연장됐지만, 연장 기간이 3개월에 그치면서 당장 3개월 뒤부터는 다시 무급휴직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제선 운항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수백억원에 달하는 실적 저조와 맞물려 부채 비율이 크게 늘어나며 자본잠식이 심각해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반등할 특별한 시그널이 없었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운 시간이 지속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사진=제주항공, 티웨이항공

■ "2분기도 쉽지 않다"...자본잠식도 심각

올해 1분기 LCC는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선 운항이 중단과, 이에 따른 국내선 경쟁 심화가 원인이었다. 특히, LCC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처럼 '화물 특수'도 누리지 못해 저조한 실적이 불가피했다.

항공사별로는 우선 LCC 1위인 제주항공이 영업손실 8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작년 1분기 657억원에서 200억원이 넘게 증가했다. 또 진에어도 1분기 영업손실 6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31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2배 가량 적자 폭을 키웠다. 이 기간 매출액도 전년 대비 69.5% 감소한 439억원으로 감소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전년동기 대비 각각 76%, 66% 감소한 영업손실 454억원, 4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각각 76%, 66% 줄어든 353억원, 320억원에 그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고정비 부담 완화와 현금 창출을 위해 대부분의 LCC들이 국내선 운항을 크게 증가시키면서 영업손실 폭이 커졌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LCC들의 자본잠식이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LCC의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28.7%, 진에어 42.4%, 에어부산 34.4%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진에어, 부산항공
사진=진에어, 에어부산

■ 정부 지원으로 한숨 돌렸으나...업황은 '첩첩산중'

업계에서는 LCC들이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모회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본잠식률이 50%를 상회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LCC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유상증자 등 재무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황이 쉽지 않다. 우선, 아직까지 LCC를 지원하기 위한 외부의 움직임이나 자체적인 시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상증자나 순환근무 등 고강도 자구책을 통해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LCC 모회사들의 지원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모회사 격인 애경그룹이나, 진에어의 모회사인 한진칼 모두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기 한몸 건사하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에어프레미아 등의 신생 항공사가 등장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국내선에 공급이 몰리면서 가격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새 경쟁사 등장으로 적자 폭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이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으로 LCC는 한숨을 돌렸다. 이에 LCC는 계획하고 있던 무급휴가 계획을 당분간 보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3개월이라는 조건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다.

LCC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연장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향후 실적 반등이나 우호적인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새주인 찾기에 나서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쌍방울과 하림 등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고, 이르면 이달 내로 새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