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탈북민 사건·사고...정부 '속수무책'
잇단 탈북민 사건·사고...정부 '속수무책'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1.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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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이탈해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이 3만4000명에 이르고 이들을 둘러싼 복지 사각지대의 발생과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관리체계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책부처의 성격을 가진 통일부가 탈북민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데 통일부로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생활하는 수만 명의 탈북민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다 통일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남북관계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탈북민 정착지원과 관리를 총괄하고 있어, 종종 남북관계의 뇌관이 되기도 하는 탈북민 업무를 도맡는다는 게 정책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 1000명 밑돌던 탈북민, 3만명 훌쩍…"통일부 자체 감당 어려워"

ㅣ 통일부
ㅣ 통일부

통일부가 주무 부처가 된 것은 지난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이전에는 1993년까지 국가보훈처의 전신인 원호청이, 이후에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했었다.

통일부가 탈북민을 관리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만 해도 탈북민 수는 1천 명을 밑돌았다. 31일 통일부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1998년 말 탈북민 수는 947명이었으나 이후 매해 연간 1000∼3000명씩 늘어나 현재의 규모가 됐다.

탈북민 관리 소홀 문제는 주기적으로 불거졌다.

가령 지난해 7월 탈북민이 재월북하는 일이 발생했을 당시 통일부는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한 뒤에야 뒤늦게 확인에 나섰다.

특히 해당 탈북민이 남측에서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신변보호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당국의 총체적인 관리 허점이 드러났다.

앞서 2019년 11월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 때도 통일부 중심의 탈북민 관리·지원 체계가 주로 초기정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착 기간이 오래된 탈북민의 생활고는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맹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민 규모가 너무 커지면 통일부 자체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온다"며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일부에서 탈북민 정착지원에 관여하는 인력은 110명 정도다.

하지만 입국 후 국가정보원 조사를 마친 탈북민의 초기 사회적응교육을 12주간 돕는 하나원 직원 97명을 제외하면, 국내 정착 이후 과정을 관리하는 직원 수는 13명(인도협력국 정착지원과) 정도에 불과하다.

탈북민 정책 관련 예산은 올해 기준 약 980억 원이다. 이는 통일부 전체 일반예산(남북협력기금 제외)의 60% 수준인데, 관련 지원은 110명으로 통일부 전체 직원 607명의 6분의 1수준이다.

■ '남북관계 관리 vs 탈북민 관리'…통일부 역할충돌 北 도발 빌미 되기도

부처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일부의 주 임무는 통일 및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남북 간 대화와 교류,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정책을 실현해 나가는 일이다.

이런 일을 통해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남북 간 갈등 소지가 다분한 탈북민의 지원·관리까지 담당하면서 정책적으로 모순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6월 북한이 남측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내부적으로 탈북민 규탄 군중 집회를 벌였을 당시, 통일부의 남북관계 개선 정책과 탈북민 지원·관리의 업무 성격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통일부가 탈북민의 모든 행위를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북한이 '탈북민 관리=통일부 업무'라는 등식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관적 입장을 겨냥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간 셈이다.

특히 통일부의 업무 특성상 전단 살포행위를 단속하거나 막을 권한이 없음에도 당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연철 장관이 물러나야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관련 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닌 사회복지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탈북민을 특수한 신분으로 접근하는 정착지원은 국내적 차별시각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행안부 이관·새로운 조직 신설 등…"관리체계 개편 필요"

탈북민 관리체계 개편과 관련해 기존에 나온 대표적 구상 중 하나는 통일부의 탈북민 관리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것이다.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갖춘 행안부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 지원이나 관리에 더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진영 당시 행안부 장관도 탈북민 업무 이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탈북민들의 처지를 보다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행정부 소속기관 이북5도위원회가 탈북민을 관리·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완전한 업무 이관보다 통일부와 행안부가 각 부처의 전문성을 살려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행안부는 탈북민을 일반 국민으로 대하는 특성이 더 강해 대한민국 일원으로서 정착 만족도가 더 높을 수 있다"면서도 "분단체제와 탈북민에 대한 통일부의 전문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예 새로운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난민의 국내 입국 등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 다문화 가정의 문제 등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민 문제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만큼 탈북민의 정착지원 문제를 이 속에서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다른 이주민 문제를 모두 다룰 독립적인 '이주민청'이 필요하다"며 "결혼을 통해 이주한 사람이나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이주민을 포괄하는 통합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