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멍 난 세종시 특공 제도
[기자수첩] 구멍 난 세종시 특공 제도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5.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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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세종시.

얼마 전 세종시에서 아파트 특별공급제도를 이용해 이득을 얻은 공무원들에 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눈초리가 따갑다. 이는 2011년 중앙 행정부처들이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제도로, 세종시 분양 물량의 50% 이상을 공무원에게 우선 제공하도록 한 지원책이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세종시 신도심 내 도시계획 수립과 허가 등을 담당하는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무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쥐고 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행복청은 투기의혹이 불거진 간부 2명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의뢰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세종시 내 부동산 보유 현황 및 거래내역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역시 2명의 세종시 투기 의혹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관세청 산하 기관인 관세평가분류원의 유령청사 및 특별공급 논란도 불거졌다. 관평원은 세종시 특별공급 아파트를 목적으로 세금 171억원을 들여 '유령 청사'를 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종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세종시에 새 청사를 짓고 이전을 추진하려 했으나, 최종 무산됐음에도 소속 직원 50여명이 '공무원 특공'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것이다. 관평원 의혹의 경우 정부 의뢰가 있게 되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2010년 이후 세종시에 특공으로 분양된 물량은 약 2만6천가구로, 아파트 전체 공급 물량의 24%에 이른다. 물론 공무원들의 세종시 조기 정착을 돕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의도에서 벗어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가 세종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도 가진 혜택은 그대로며, 특공을 받고 나서 퇴직하는 직원도 다수다. 실제 새만금개발청 직원 46명, 해경청 직원 165명은 청사가 세종시에서 군산과 인천으로 각각 이전했지만 대부분 특공 아파트를 그대로 갖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민간기업 직원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처럼 속이는 편법으로 특공에 당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종시 인프라 구축과 중소기업 성장 지원 등을 위해 민간기업에도 아파트를 특별공급하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2010년 이후 세종시 특공 대상으로 선정된 민간기관은 60여곳에 달한다. 이렇듯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속속 드러나는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정부가 허술한 제도 운영으로 투기 세력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생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특공 아파트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칼자루를 쥠과 동시에 '제대로' 휘두르는 모습을 기대한다. 전수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특혜성 재태크 수단으로 사용되는 제도 내 구멍들을 메꿔야 한다. 여러 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이에 국민은 지치고, 집값은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