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그늘③] 불안한 일자리...21세기형 노동착취?
[공유경제의 그늘③] 불안한 일자리...21세기형 노동착취?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5.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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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의 또다른 이름, "불안"
출처: 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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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라는 단어는 2008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래 어느덧 우리 일상 속에 깊이 스며 들었다. 공유경제는 전통산업 사이의 빈틈을 파고 들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 주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전통산업이 주지 못했던 편리함을 더해주기도 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그렇다면 공유경제는 과연 긍정적인 영향만을 낳았을까? 

③ 유연한 노동력 뒤엔 '고용 불안'

오늘날 앱 기반 공유경제 플랫폼을 두고 한편에서는 '노동력의 유연화', '사회경제 혁신'이라며 칭송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21세기형 노동착취'라고 날선 비판을 가한다. 이와 같은 비판을 가하는 측에서는 공유경제로 탄생한 일자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과거부터 늘 존재해왔던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일자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 닷에브리원, "우버, 리프트 등 노동자, 일자리 불안정 벗어나기 어려워"

지난해 닷에브리원(Doteveryone)이라는 디지털 싱크탱크가 긱 노동자 단체와 협업 하에 실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유연한 일자리'라는 미명과는 달리, 우버(Uber)나 리프트(Lyft) 등과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 노동자들은 점점 더 일자리 불안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해야 했지만, 그렇게 장시간 노동한 대가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그저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닷에브리원의 보고서에 인용된 사례를 살펴보면, 한 승차공유 드라이버는 60시간을 일해 750유로(한화 약 102만 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 금액 중 약 유류값인 150유로(한화 약 20만 원)를 비용으로 제한 나머지 600유로(한화 약 82만 원)로 보험료와 차량보유세를 내야 했다. 게다가 손님의 수요에 따라 벌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 국면 속에서는 수익을 못내는 날도 많았다. 

출처: Pymnts
출처: Pymnts

◼︎ 공유경제 플랫폼 노동, '유연함'만큼 큰 '불안' 따라 

공유경제 플랫폼 일자리는 쉽게 접근가능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노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비교적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고 쉽게 시작이 가능한 만큼 자의에 따라 쉽게 끝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임금이 낮기 때문에 이들이 풀타임 정규직만큼 벌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자하지만, 정작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나 일자리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도 없고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처: Postmates
출처: Postmates

◼︎ 플랫폼 노동자, 노동법 보호받는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 증가 

근래 들어, 이들을 기업 측이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면서 일부 국가나 도시에서 이들을 근로자로서 인정해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3월경 EU 최초로 스페인에서 '긱 노동자'에 대한 법적 권리가 인정되었고, 영국과 미국 일부 주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들을 '독립계약자'가 아닌, 기업 측에 고용된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장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실업보험 등과 같은 노동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공유경제가 키운 '고용불안'은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공유경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전통산업에 종사해 온 수많은 노동자들 역시 고용불안을 겪어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승차공유의 등장으로 인해 뉴욕의 옐로캡이나 런던의 블랙캡 기사들이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플랫폼측과 큰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숙박공유 에어비앤비(Airbnb) 역시 예외는 아니다. 승차공유만큼 직접적이고 큰 타격을 입히진 않았지만, 에어비앤비로 인해 호텔업이 일부 위축되었으며 민박업을 운영하던 소규모 자영업자들 중 디지털 플랫폼으로 포함되지 못한 인원은 시장에서 사양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처럼 사회변화를 재빨리 따라가지 못하고 불안을 겪게 된 사람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방안이 계속해서 고민되고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