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광풍③] 가상화폐 제도화...정치권의 입법 속도
[코인 광풍③] 가상화폐 제도화...정치권의 입법 속도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5.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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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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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화폐(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가 500만명을 돌파하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주식시장을 넘어설 정도로 '광풍'이 불고있는 가운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관련 법안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특금법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만 중점적으로 다루다보니 시장 안정화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는 미비한 게 현실이다. 특금법 개정 당시 정부는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행위 규제를 위한 최소한의 입법임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업권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업 또는 가상자산보관관리업을 하려는 경우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며,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자율규제기관인 '가상자산산업협회'에 가입해야 한다. 가상자산과 법정 통화와의 교환을 예정하는 사업은 특금법상 실명계좌나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등 자금세탁 방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통정매매, 가장매매 등 불공정거래행위도 엄격히 금지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를 협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협회는 불공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의심될 시 금융위원회에 즉시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금융당국의 감독 및 업무 검사를 통해 위법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 강력한 처분 조항을 개설해 시장의 자율규제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

김병욱 의원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가상자산의 거래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세계적인 현상이자 흐름"이라며,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시장 참여자들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하고 관련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ㅣ 각 의원실

앞서 지난 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업법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해상충의 관리 의무와 발행인이 발간한 백서를 공개하는 설명 의무 부여 ▲이용자의 가상자산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별도 예치 ▲이용자를 위한 보험 계약 또는 피해보상 계약 의무 등이 골자다.

이용우 의원은 "시장이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스스로 작동한다면 더욱 발전적인 제도가 장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용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해 건전한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초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소득세법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12월 29일 공포된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인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이에 대해 윤창현 의원은 '선정비·후과세' 원칙 정립을 위해 주무부처의 결정과 주무부처 주도 하에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 정의, 나아가 거래소 플랫폼 투명화 등의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세금부터 매기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법 테두리 밖에서 돌아가는 투기시장이라고 치부하고 주무부처도 없이 외면하는 정부로부터 자산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 채 과세만 하는 것은 납세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착화된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 특히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주식시장의 진입장벽을 넘지 못한 젊은 세대가 가상자산으로 향하게 된 맥락을 읽지 못하고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만 내세우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투자자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활성화나 안정성에 대한 기여가 전혀 없는 정부가 뒤늦게 시장이 커지자 과세부터 서두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의원이 속한 국민의힘은 투자자 보호 제도화 등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자체 태스크포스(TF)도 출범시켰다. 오는 21일 TF의 첫 비공개 회의가 예정돼있으며 성일종 의원을 위원장으로 윤창현 의원, 이영 의원 등 당내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현역 의원 6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띤 가상화폐 시장을 체감하기 위해 직접 투자에 나선 정치인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늘 가상화폐 시장이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다"며, 한 달 새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그때마다 지금이라도 가상화폐를 막아야 한다. 활성화 시켜야 한다 등 정책에 대한 의견도, 여론도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제가 직접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했다"며, "코인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가 되어 왜 이렇게 대한민국에 코인광풍이 불게 되었는지, 가상화폐 시장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옳은 건지를 알아보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전일 국내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비트코인·이더리움·클레이튼·썸씽 등 4개의 가상화폐를 총 100만원어치 분할 매수했다. 원 지사는 앞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가상화폐 거래 상황을 알리고, 블록체인·4차산업 등 전문가들과 가상화폐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상화폐에 대한 정치권의 활발한 입법 논의가 무색하게도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줄곧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을 화폐, 통화,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정부가 보호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강하게 못 박으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아직 가상자산 시장의 주무부처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정치권이 내놓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상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법안이 상정되기 위해선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