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분석] 증시 호황에 역대급 '실적잔치' 벌인 증권사...순익 1위는?
[실적분석] 증시 호황에 역대급 '실적잔치' 벌인 증권사...순익 1위는?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5.1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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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비즈트리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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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투자 열풍으로 올해 증권 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맞았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20여 곳의 증권사 중 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증권사가 7곳에 달하면서 올해 연간 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할 증권사도 심심찮게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50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145억원의 손실을 딛고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4조6664억원, 영업이익 423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와 해외주식 활성화를 통한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고보수 수익증권과 주식형 랩(Wrap)등 신규 매각에 힘입은 자산관리 부문 성과도 실적 견인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 KDB대우증권과 합병한 이래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02.2% 증가한 419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4조7634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6%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177.1% 증가한 291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순이익은 사명 변경에 따른 영업외 비용(566억원)으로 인해 영업이익 대비 낮게 나왔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세전 이익 기준 '1조 클럽'을 달성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도 1조 클럽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최종 인가를 받으면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을 이어 4번째로 발행어음 자격을 갖게 됐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올 1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9조6248억원으로 발행어음 최종 인가시 약 18조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이 하반기부터 사업에 본격 돌입하게 되면 잔고 올해 말 2조원, 내년 말 6조원, 마진 150bp를 가정했을 경우 내년에 약 600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도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28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76% 급증했으며, 지난해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이 507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개 분기만에 작년의 약 절반 수준을 벌어들인 셈이다. 매출액은 3조29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65% 늘었으며, 세전이익은 1708% 증가한 40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크게 증가했으며, 올해 우호적인 시장환경으로 국내 및 해외주식 수수료가 전년동기대비 각각 92%, 148% 증가하는 등 리테일 부문과 IB(투자은행) 포함 영업 전 부문이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키움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887% 증가한 266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1조43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3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256% 증가한 3472억원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 뿐만 아니라 IB(투자은행), 트레이딩 수익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결과다. 증권가는 키움증권이 연내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2조7200억원으로 연내 3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증권사 비즈니스모델로 자본의 절대 규모 자체가 중요해지면서 동사는 시기는 미정이나 RCPS(상환전환우선주) 등 우선주 발행을 통한 4500억원의 추가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사모펀드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1분기 영업이익 3744억원, 순이익 2574억원을 거두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1분기 대형 딜이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수행과 글로벌레스토랑그룹, 한온시스템, SK해운 등 다수의 유상증자 인수 주선을 진행하면서 IB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인 222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2조96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4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89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특히 자산관리(WM)부분에서 국내외 브로커리지 수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KB증권의 온라인 고객자산은 24조원을 넘어섰으며, 구독경제 모델 자산관리 서비스 '프라임 클럽' 가입자는 16만명을 돌파했다. 또 환전 없이 원화 증거금으로 해외주식 거래가 가능한 '글로벌 원마켓' 서비스 가입계좌는 72만개를 넘어섰다.

당기순이익 2000억원을 돌파한 또 다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6.8% 증가한 211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4조83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6.7% 늘어난 2847억원을 기록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적극적인 금융시장 대응을 통해 IB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홀세일, 리테일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메리츠증권은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영업이익 2024억원, 당기순이익 1681억원을 달성했으며,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249%, 260% 증가한 수치다. 다만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일회성 비용 532억원이 인식되면서 아쉬운 성적을 냈다.

■중소형 증권사도 호실적에 함박웃음

증시 호황에 중소형 증권사들도 대형증권사 못지 않은 호실적을 달성했다. 

교보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482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분기대비 64% 증가한 것으로, 1년 전 21억원의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도 60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전년동기대비 브로커리지 수익이 555%, IB 부문이 111% 증가하는 등 자산관리, IB,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에서 높은 성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은 1분기 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증권사 전환 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무려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의 60%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IB부문이 안정성에 무게를 둔 우량 딜 중심의 영업을 전개해 전년도 전체 실적의 91%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FICC부문도 구조화 파생상품 판매를 통해 1분기에만 전년도 이익의 89%를 거둬들였다. 리테일부문 또한 신규고객 유치 및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07억원, 당기순이익은 9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117%, 106% 증가한 성적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위탁매매와 이자수익이 늘었고, 주식·파생상품 운용수익도 증가해 트레이딩 부문 실적 증가 및 IB 부문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109% 증가한 14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1226억원보다도 많은 수익을 1개 분기만에 달성했다. 순이익도 1557% 급증한 1110억원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 및 공모주 펀드 판매 호조등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및 WM 관련 수익이 크게 증가하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IB부문과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도 인수주선수수료 및 주식매매 수익 증가 등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밖에 유진투자증권은 영업이익 390억원, 순이익 297억원을 기록했으며, 한양증권은 영업이익 360억원, 순이익 245억원을 거뒀다. 두 증권사 모두 전년동기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역대급 호실적에 주가도 줄상향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증권가는 해당 증권사들의 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기존 대비 13% 상향조정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상장을 앞두고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유상증자 단가 감안 시 최소 9조원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사의 지분율 31.8% 감안 시 약 3조원의 밸류를 시가총액에 반영할 필요가 있고, 카카오뱅크 지분가치 반영 시 목표주가는 최대 18만6000원까지 상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기존 1만500원에서 1만3100원으로 상향됐다. 양호한 주식시장 환경 및 해외 투자자산 우려 축소, 내년 발행어음 수익 발생을 이익 추정치 및 목표주가에 반영한 결과다.

삼성증권의 목표주가는 기존 5만원 대비 16% 상향한 5만8000원으로 추정됐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타 금융업종과 달리 배당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제한적인 동시에 실적 개선 기대감이 유효한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배당 메리트가 더욱 돋보일 전망"이라며, "삼성증권은 현재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있지만 업종 내 탑픽으로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4000% 가까운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도 20만원으로 올랐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만성적인 자본 부족 해결과 조속한 대형사 요건 충족을 위해 약 4500억원 정도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검토 단계지만 만약 RCPS를 발행하게 되면 올해 안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내년에는 초대형IB 요건을 충족하게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