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각변동③] 삼성 171조 투자 -SK, 파운드리 생산 2배
[반도체 지각변동③] 삼성 171조 투자 -SK, 파운드리 생산 2배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5.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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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 투자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생산 2배로 늘린다…추가 M&A도 고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격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대응한다.

정부는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에서 10년간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반도체 제조부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첨단장비, 팹리스(설계) 등을 아우르는 반도체 제조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금융지원·인프라 등을 패키지로 기업을 지원한다. 특히, 기업의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비에 대해선 최대 40∼50%, 시설 투자 비용은 최대 10∼20%로 세액공제율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김기남 "반도체 산업 분수령...비전과 투자 밑그림 그릴 때"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리더십 조기 확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한다.

이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하며 133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비전 선포식 이후 지난 2년 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기업과 팹리스, 공급망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 우수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학계 등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주요 구성원 간의 상호 협력이 활성화되며 비전 달성을 위한 기반도 착실히 다져졌다.

최근 모든 산업영역에서 전례 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각국 정부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는 'K-반도체'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하반기 완공될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이다. 현존하는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된 팹으로,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로서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또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초격차 세계 1위'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ㅣ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ㅣ사진=연합뉴스

■ 박정호 "파운드리 생산능력 2배 확대하겠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박 부회장은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사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Fabless, 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에 취임한 박정호 부회장이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경영자라, 조만간 M&A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이 이미 파운드리 분야 M&A에 대한 단초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박 부회장은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달 말 있었던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노종원 부사장(CFO)도 “8인치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부회장의 계획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이어 13일 발표에서 국내 증설, M&A 등 전략적 옵션이 구체화되면서 ‘M&A 전문가’인 박 부회장이 조만간 M&A나 공격적인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