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광풍②] 안정적 수익 자신하는 '리딩방'...믿어도 될까?
[코인 광풍②] 안정적 수익 자신하는 '리딩방'...믿어도 될까?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5.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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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ㅣ CNN 

"미리 진입해서 가만히 있으면 천국의 길이 열릴 것. 이전부터 함께 하고 계신 분들은 이미 쳐다보지도 못할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편안히 지내고 있다."

주식 리딩방에 이어 최근 가상화폐 투자 광풍 속에서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픽'(특정 종목과 매수·매도 시점을 알려주는 것)을 알려준다는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코인 리딩방들은 주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나 텔레그램 등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고객을 모집한다. 이들은 ‘하루 100% 수익 보장’이라거나 ‘○○만의 투자모델을 통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려드립니다’라는 문구로 홍보가 이뤄진다.

이러한 리딩방은 무료와 유료로 나뉘는데, 무료 리딩방은 따로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주기적으로 몇몇 회원들의 수익 인증 사진과 리딩방 세력들이 특정 가상화폐 일명 잡코인이라고 불리는 값이 싼 알트코인을 미리 매수한 뒤 정보를 흘려 회원들의 매수로 인해 가격이 오르면 비싼 가격에 넘기고 빠지는 식으로 수익을 남기고 있다. 

지난 7일 본지 기자가 직접 1만 여명이 입장해 있던 텔레그램 무료 리딩방에 들어갔다. 무료 리딩방에서는 자칭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A코인' 매수가로부터 13% 상승 중" 등 수익 인증 사진이 올라오면서 1일 2회 정도 전문가의 추천이 진행됐다. 반면 유료 리딩방의 경우 회비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고 유료방은 수시로 추천이 이뤄져 수익도 더 커진다면서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부터 들어간 무료 리딩방에서 자칭 전문가의 지시를 토대로 5일간 직접 소액으로 투자를 진행해봤다. 그 결과 최대 30%까지 손실이 발생했다. 전문가는 1일 2회 특정 코인의 차트와 함께 매수시점, 매수가, 1차매도가 달성날짜, 기간내 최고 수익률을 사진을 통해 설명하면서 매수를 유도했다. 해당 종목 추천에 대한 근거는 없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5일간 전문가의 추천 코인은 매일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수익이 발생한다고 추천했지만 실제 결과는 하락이었다. 이렇듯 무료 리딩방을 통해 추천된 코인이 소폭 상승해 수익을 보거나 하락해 손해를 입게 되면 전문가는 "무료 리딩방은 유료 리딩방보다 정보가 다소 적고 느릴수 있다"라거나 "‘존버’(오래 버티는 행위)하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안심시키면서 전문가들은 여지없이 유료 리딩방을 추천한다.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항의에는 "매수, 매도는 개인의 선택이며 최종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손실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없다. 

코인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을 규제할 법적 근거와 감독 기관은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가상화폐는 주식 투자와 달리 종목 추천 등을 대가로 금전을 취득해도 금융위원회에 유사투자자문업으로 신고할 필요가 없어 리딩방을 운영하는 업체의 규모조차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코인 리딩방에서 시세 조작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대부분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다. 여기에 리딩 행위도 현행법상 관리와 단속, 처벌 등 모든 면에서 법 테두리 밖에 있어 처벌이 어렵다. 

때문에 최근 거래소들이 직접 나서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자체적 신고 창구를 만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빗썸은 지난달 29일부터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해 신규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행하고 있다. 

‘신규 가상자산 보호예수 모니터링 시스템’은 주식 시장의 보호예수 제도와 같이 상장 직후 과도한 매물 출회로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다. 외부로부터 거래소 지갑에 대량으로 입금된 가상자산에 대해 출처 확인을 거쳐 거래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 접속에 대한 모니터링도 대폭 강화했다. 해외 IP를 통해 빗썸 접속시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이상거래행위 탐지시 추가 인증을 진행한다. 특히 대량의 가상자산 입금과 출금 요청시 거래 증명, 가상자산공개(ICO) 참여 증명, 본인확인(KYC) 강화, 확약서(비대면 신분확인 등) 작성 등 절차를 추가로 진행한다.

또 빗썸은 원화 입금 24시간 출금지연 시스템과 FDS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실명계좌 연계 은행과 공조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원화 입금시 해당 입금금액만큼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출금 및 서비스 일부에 대해 이용이 제한된다. FDS 시스템은 가상자산 입출금 패턴, 출금 금액, 접속 정보 등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사기 의심거래 및 이상거래를 탐지해 최대 72시간까지 출금이 제한되는 시스템이다.

빗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증권시장과 같이 신규 상장 가상자산에 대해 보호예수 정책을 시행하고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방지와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시스템과 솔루션을 보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지난달 27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튜브 방송 및 기타 미디어를 이용한 선동 및 선행매매 관련 신고 채널’을 개설했다. 유튜브 등의 방송 및 SNS 등을 통해 선행매매와 시세조작을 하는 이용자를 가려내고 이들의 거래소 이용을 막기기 위해서다.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61건의 상장 사기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의 80% 이상이 ‘거짓 상장 정보로 투자 유인 후 연락두절’된 사례였고, ‘업비트 직원을 사칭해 상장 제안 및 상장비 요구’, ‘상장 프로젝트의 공시 전 정보 유출’ 등이 나머지 20%를 차지했다. 

특히 업비트 상장을 예고하며 현재 상장된 거래소 내 시세를 부풀리거나, 업비트에 상장한다며 개인 통장으로 투자금을 받고 다단계 판매로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비트 상장을 예고하며 투자금을 받고 중개 사이트나 채팅방을 닫아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도 다수 접수됐다.

업비트 관계자는 “특정 가상화폐의 매수를 부추겨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제보가 늘면서 별도의 신고 채널을 마련했다”며 “부당행위를 하는 이용자에 대한 신고 사례들을 검토하고 이용약관에 의거해 이용제한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