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은행권, 치열한 디지털 외부인재 끌어모으기 '득과 실'
[이슈분석] 은행권, 치열한 디지털 외부인재 끌어모으기 '득과 실'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1.05.0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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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위기를 느낀 전통 은행권이 디지털 전문 기업들과 동맹 강화와 외부인재 유입에 속도전을 가속화 하고 있다. 

빅테크의 맞서기 위해 내놓은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금융사의 필수조건이 되면서 내부 인재 육성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업계와는 다른 보수적인 금융권 문화나 내부 직원들과의 융합 등이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외부에서 임원금 영입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미래금융본부 부행장직을 신설하고 김소정 전 딜리버리히어로 본부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하나은행이 외부에서 임원급을 영입한 것은 김정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 신용 대출의 86.9%가 모바일 뱅킹 ‘하나원큐’ 등 디지털을 통해 집행됐다. 예·적금과 펀드도 디지털 판매 비중이 각각 70.7%, 92.8%에 이른다.

김 전 본부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만 15년간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등 유통 및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박 전무는 네이버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 팀장,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IT서비스사업본부 수석아키텍트를 거친 플랫폼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우리은행, 디지털 전환 조직개편 

신한은행도 지난해 12월 은행장 직속의 혁신 추진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상무와 김전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 리더로 수혈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총괄할 김혜주 상무는 서울대에서 통계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SAS Korea, SK텔레콤 등을 거쳐 삼성전자 CRM 담당 부장, KT AI BigData 융합사업담당 상무를 맡은 바 있다.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관련 실무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환 완성을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본부장)에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영입했다. 

DI추진단의 DI(Data Intelligence)는 인공지능을 연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 필요를 적시에 충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DI추진단을 이끌 김 본부장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의 점유율을 업계 최고로 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시중은행, 디지털 전문 기업과도 손잡아

이같이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문 기업들과의 동맹에도 속도전을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KT, 한국IBM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인공지능(AI) 금융 서비스를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3사 협의에 따라 우리은행은 향후 AI랩을 구성해 금융 언어모델을 고도화하고 불완전판매 방지 매뉴얼을 다지는 한편, AI 모델링으로 종합 자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슈의 부상 속에 우리은행은 투자상품 권유 시 불완전판매를 100% 방지하도록 AI를 활용, 금융분야 자연어 처리 기술을 KT 등과 공동 연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KT와 '소상공인 대상 데이터 기반 신사업과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KT의 상권 분석 서비스인 '잘나가게'에 신한은행이 비대면 사업자 대출 프로세스를 탑재해 소상공인 전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각 사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팀에도 참여 중이다. 

◆ 가속화된 IT인재 영입 속도전 …금융사 문화 적응이 '핵심'  

하지만 급격한 IT 인재의 외부 영입이 은행에서 원하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창의적인 IT 관련 종사자들이 '순혈주의' 문화를 가진 보수적인 금융사 문화에 녹아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의 경우 '은행원'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정장을 갖춰입고 격식을 따진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IT 관련 종사자들은 대부분 복장도 자유로우며 창의적이다. 이 때문에 IT업계에 오랫 동안 근무한 전문가는 은행의 보수적인 사내 문화에 적응하게 힘들다는 것이다.

또 IT 종사자들은 '혁신'을 추구하지만 금융권의 특성상 내부통제 등 각종 규제로 혁신적인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특히 이 같은 이유로 금융권에 이직을 했던 IT 전문가들의 다수가 은행을 떠났기 때문에 IT 전문가들이 장기간 은행에 근무해 성과를 창출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퇴직함으로써 인적자원관리 비용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인재 영입으로 디지털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근무현장을 보면 긍정적인 분위기 만은 아니다"며 "IT 전문인력은 주로 상시 채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만큼 입사하는 사람도 많고 퇴사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