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남양②] 홍원식 회장 눈물의 사퇴..."경영권 세습 않겠다"
[고개숙인 남양②] 홍원식 회장 눈물의 사퇴..."경영권 세습 않겠다"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1.05.0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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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ㅣ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 사퇴를 알렸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논란이 된 일명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회장은 "먼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또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모든 잘못은 저에게서 비롯됐으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하지 않을 것"...반복되는 논란 사그라들까

홍 회장은 이날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남 홍진성 상무의 보직해임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홍 상무는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달 보직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외제차를 임대,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홍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 당시에도 기자회견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불가리스 관련 후폭풍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이후 남양유업은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도덕적인 기업으로 인식되며 꾸준한 불매운동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의 마약 관련 이슈로 기업 이미지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반복되는 논란 발생의 이유로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신속한 대응 부족을 꼽는다.

일련의 사건 후 남양유업은 제품에 자사 로고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매운동을 벌이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남양유업 제품 판별 방법 등이 공유되기도 하고, 심지어 남양 제품인지 바코드를 입력해 확인하는 웹페이지도 등장했다. 남양유업의 상표 가리기는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만큼 앞으로 홍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자식에게 경영권 승계는 하지 않을 수 있으나 재산 상속은 가능하다. 현재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홍 회장은 남양유업 최대 주주로 지분 51.68%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합하면 53.85%에 달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에 경영권을 넘기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는 발표 후 역풍을 맞았다. 질병관리청은 즉각 실제 효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박 입장을 내놓았으나, 일부 매장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었으며 주가는 한때 폭등했다.

이에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며,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이날 회장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했다. 4일 오후 12시 기준 남양유업 주식은 전일 대비 21.6% 상승한 40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퇴장이 오히려 기업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