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유산상속②] 이건희 위대한 유산, '아름다운 상속 역사' 다시 썼다
[삼성家 유산상속②] 이건희 위대한 유산, '아름다운 상속 역사' 다시 썼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4.2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과 관련한 유족들의 역대급 계획안이 발표된 가운데, 이번 상속에 평소 사회에 대한 '환원'을 강조해왔던 이건희 회장의 뜻이 명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삼성전자가 유족들을 대신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유족들은 상속세로만 12조원이 넘는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상속세 규모가 이건희 회장의 재산 중 약 60%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유족들은 사재 1조원을 출연해 코로나19 지원과,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건희 회장의 개인 수집품도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히며 이건희 회장의 '사업보국' 이념에 따라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ㅣ사진=삼성전자
고 이건희 삼성 회장ㅣ사진=삼성전자

■ 이건희 미술품 기증...미술계 '대환영...유족들에게 감사'

삼성일가의 상속 계획이 밝혀지면서 미술계에서는 감사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은 감정가로만 2조원을 넘어서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1만1023건 약 2만3000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고 밝히며 유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황 장관은 "이건희 회장 소장품 기증으로 우리나라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졌다"며 "국가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포함해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정구질하는 여인' 등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또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을 포함해 샤갈, 피카소 등 서양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기증하면서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미술품 수작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기증을 받은 기관들은 오는 6월부터 이 작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며,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기증의 뜻을 기려 '이건희 특별전'도 시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며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ㅣ사진=삼성전자
고 이건희 삼성 회장ㅣ사진=삼성전자

■ 감염병, 환아 위해 1조원 기부..."13년전 약속 지켰다"

유족들은 이날 감염병 대응과, 소아암·희귀질환을 겪는 어린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각 7000억원, 30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이 중 각각 5000억원과 2000억원이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또 백혈병과 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1500억원, 크론병 등 희귀질환 어린이들에게 600억원이 각각 사용된다.

이외에도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유족들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 기피하는 소아암과 희귀질환 연구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환영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번 상속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생전의 사회환원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금액을 약 1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전에도 이 회장은 1989년 사재를 출연해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환원 활동을 이어왔지만, 앞서 언급한 약속과 관련해서는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구체화되지 못했었다.

삼성은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발표에서 유산의 총 규모와 분할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일가는 이달 30일까지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하지만, 유족간 지분 분할 합의가 안된 경우 분할 비율을 향후 결정해 수정 신고할 수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