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전쟁③] 팽팽한 신경전...LG "엄정한 대응"vs. SK "무리한 요구 불가"
[배터리전쟁③] 팽팽한 신경전...LG "엄정한 대응"vs. SK "무리한 요구 불가"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3.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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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SK간의 배터리 소송과 관련된 분쟁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양사는 각각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진들이 직접 분쟁과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한 대처를 하겠다는 반면, SK이노는 무리한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CEO들이 직접 사건과 관련해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진=양사
사진=양사

■ 신학철 부회장 "가해자에게 합당한 배상 받겠다"

25일 열린 LG화학의 주총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30여년간 쌓아온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가 소송 쟁점인 영업비밀침해 판단은 물론 조직문화까지 언급하며 가해자에게 단호한 판결이유를 제시한 것은 이번 사안이 갖는 중대성과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한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ESG 경영 기조 가운데 지식재산권에 대한 존중은 기업운영에 있어서 기본을 준수하는 일에 해당한다”며 "경쟁사는 국제무역 규범에 있어서 존중 받는 ITC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원인을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 일어난 일로만 여기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을 '가해자'라고 지칭하며 분쟁과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신 부회장이 분쟁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부회장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믿고 기술개발에 매진 중인 기업들과 고객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 SK이노 "경쟁력 낮추는 무리한 요구는 수용 불가"

SK이노베이션도 26일 열린 주총에서 LG 측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해외 출장으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밍영 SK이노베이션 이사가 대신 입장을 전했다.

이명영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이달 10일 감사위원회에서도 LG 측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사업 경쟁력을 낮추는 수준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부 부장관을 영입하며 LG와의 분쟁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두 회사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11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 측에 손을 들어준 ITC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은 유예기간을 받은 일부를 제외하고 10년 동안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과 수입이 금지된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