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동남아] 그랩・고젝, 합병 논의부터 결렬까지
[승차공유-동남아] 그랩・고젝, 합병 논의부터 결렬까지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2.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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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ikkei Asian Review
출처: Nikkei Asian Review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플랫폼 고젝(Go-jek)과 그랩(Grab)의 합병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 지 일년여만인 현재 양사의 합병 논의는 결국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의 합병설이 돌자 주주들의 압박과 대중들의 비판이 거세졌고, 최종 협상조건과 반경쟁 행위 등을 이슈로 시장이 떠들썩했다. 합병 가능성이 처음 보도된 이후 결렬에 이르기까지 양사의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시간순서대로 되짚어보자.

◼︎ 2020년 2월말, 수면으로 올라 온 양사의 합병 논의

미국의 IT 관련 온라인 매체인 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지난해 2월말 그랩과 고젝이 합병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스타트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이다. 고젝은 해당 보도 이후 '합병 논의'에 대해 부정했다. 

고젝의 대변인은 "최근 미디어를 통해 합병과 관련된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며, "어떤 종류의 합병이든 따로 계획된 것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랩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이 지면상 가능해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장애물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코로나19로 6개월 넘게 논의 중단···지난해 9월 중순 재개 

이후 몇 달 동안 양사의 합병에 관한 이야기는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그랩과 고젝은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리해고 절차를 밟아야 했다. 9월 중순이 됐을 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사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Softbank)의 마사요시 손(Masayoshi Son, 손정의)을 비롯한 주주들의 압박 속에서 그랩과 고젝이 합병 논의를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알리바바(Alibaba)가 그랩 측에 30억 달러(한화 약 3조 3,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해당 투자금은 미국 승차공유 기업 우버(Uber)가 보유하고 있는 그랩의 주식을 일부 인수하는 데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관해 업계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개입이 오히려 '독과점 금지 조항'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출처: Grab
출처: Grab

◼︎ 2020년 10월, 11월, 전자 지갑 전쟁이 더해지면서 양상 복잡화

그랩과 고젝 간 합병에 관한 소식이 대대적으로 전해지는 한편, 인도네시아 내 '전자지갑 서비스 전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그랩이 투자한 오보(Ovo)는 주요 경쟁 업체 중 하나인 다나(Dana)와 합병 직전이었는데, 오보와 다나의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인도네시아 전자결제 시장에서 그랩이 고젝을 한 수 앞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었다. 고젝의 전자결제 서비스 '고페이(GoPay)' 역시 인니 전자지갑 시장의 주요 업체이자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그랩은 인도네시아의 또다른 전자지갑 서비스인 링크아자(LinkAja)의 리드 투자자로 투자라운드를 주도했다. 이 링크아자 투자 건을 두고 그랩과 고젝이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양사 모두 이와 관련된 언급을 삼갔다.

◼︎ 지난해 12월, 합병 마무리 단계?···"대중 반발에 부딪혀"

블룸버그(Bloomberg)는 그랩과 고젝이 합병 논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보도했다. 보도 다음날, 그랩 CEO 안토니 탄(Anthony Tan)은 자사 직원들에게 인수를 할 것으로 보이며,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움이 컸던 한 해였지만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두 데카콘(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의 합병 가능성이 보도되자 인도네시아 내 두 플랫폼에서 일하는 400만명 이상의 라이더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었다. 이들은 합병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합병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양사 모두 금융 서비스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하순, 고젝은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뱅크 자고(Bank Jago)의 지분을 22.2%까지 높였다. 그랩은 지난달 자사 핀테크 부문에 3억 달러(한화 약 3,363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사의 합병 협상에서 '금융 서비스 부문'이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출처: Tokopedia
출처: Tokopedia

◼︎ 고젝, 그랩 아닌 '토코피디아'와 합병 직전···그랩은 미국 증시 데뷔 준비 

지난달 초, 양사의 협상 양상은 갑자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젝이 인니 전자상거래 주요 업체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양사의 합병으로 기업가치가 180억 달러(한화 약 20조 1,780억 원)에 달하는 거물 기업이 탄생할 경우, 인니 시장 내 그랩의 입지가 위협 받을 가능성이 높다. 

1월 말, 그랩은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랩이 독자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견되었다. 그랩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 증시 데뷔를 위해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와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고, 올해 하반기 내로 그랩의 IPO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 기업문화, 평가 등 의견차 좁히지 못해 결국 합병 협상 결렬된 듯 

지난달 말, 그랩과 고젝은 합병을 위한 협상을 중단하고 각자의 길을 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BT를 통해, 양측은 기업 평가나 기업 문화를 포함한 몇 가지 사안을 두고 끝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측의 합병 가능성이 인도네시아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것 역시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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