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3형제 '교통정리' 끝낸 KCC…주어진 과제는?
[이슈분석] 3형제 '교통정리' 끝낸 KCC…주어진 과제는?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2.01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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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KCC 그룹 회장(왼쪽),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가운데), 정몽열 KCC건설 회장(오른쪽).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지난 30일 별세하면서, KCC그룹의 2세 승계 구조에 관심이 주목된다.

업계는 고인이 생전 기업 분할 등 세 아들에게 승계 작업을 일찌감치 완료해 둔 만큼, 사후 경영권 분쟁 등에 있어 '형제의 난'의 위험은 없을 거란 관측이다.

다만 아직 3형제 간의 계열사 지분 정리를 위한 주식 교환과 정상영 명예회장 보유 지분(KCC 5.05%, KCC글라스 5.41%) 상속 문제 등 분쟁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룹-글라스-건설, 3형제 구분 '뚜렷'

1일 업계에 따르면 KCC그룹의 세 아들은 모두 '회장'으로서 각사를 이끌고 있다.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KCC그룹을,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 글라스를, 막내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경영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2004년 보유 주식 중 7.35%에 해당하는 77만3369주를 세 아들에게 나눠 증여했다. 

이렇게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KCC의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KCC 주식을 사들여 지난해 3분기에는 지분율이 18.55%에 달했다. 정몽진 회장은 2000년 정상영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20여년간 그룹을 총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작년 KCC에서 KCC글라스가 인적분할을 단행했고, 이후 KCC글라스와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가 합병해 3형제의 경영 체제 구도가 자리잡았다. 코리아오토글라스는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면서 국내 자동차 유리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합병으로 인해 KCC글라스의 최대 주주는 정몽진 KCC 회장(16.37%→8.56%)에서 차남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8.80%→19.49%)으로 바뀌었다. KCC 수석 부회장으로 있었던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의 수장으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

기존 KCC에는 유리 부문을 제외한 건자재와 도료, 실리콘 등 소재 사업이 남고, 신설 KCC글라스에는 유리 부문을 비롯해 PVC 상재, 인테리어 사업을 전문화하는 것으로 이원화됐다.

KCC 본사 전경ㅣKCC
KCC 본사 전경ㅣKCC

한편 KCC건설의 2대 주주인 셋째 정몽열 KCC건설 회장은 일찍이 건설 부문에 자리 잡았다. 1996년 KCC건설에 입사한 그는, 2002년부터 KCC건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렇듯 KCC그룹이 형제들 간의 사업 경계를 명확히 그은 데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뜻이 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 창업 1세대인 정상영 명예회장은 20여년 전 이미 현대그룹 후계자 사이에 벌어진 난을 지켜봤다"며, "본인이 일군 KCC그룹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지를 굳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실리콘' 낙점...과제는?

KCC그룹은 실리콘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며,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KCC는 2019년 글로벌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를 30억달러에 사들여 KCC실리콘을 출범했다. 이어 올초에는 KCC실리콘을 포함한 실리콘 자회사들을 모멘티브에 넘겨 실리콘 사업 구조 재정비에 들어갔다. 

 

정몽진 회장 또한 지난해 7월 '2020 KCC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첨단소재기업으로서의 회사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 실리콘 사업부에서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KCC는 지난해 3분 누적기준, 실리콘 부문에서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했다.

또 아직 정상영 명예회장 지분 상속 문제와 계열사 지분 정리를 위한 형제 간 주식 교환 등 분쟁 가능성도 점쳐져, 그룹 비전을 3형제가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C의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에서 실리콘 중심의 성장 전략이 지속되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경쟁력 확보 등 실리콘 부문의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지난해 연결 편입 이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관련 실적 개선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