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는 지금④] '법무부 수용자 방안' 날선 비판...차별 여전
[성소수자는 지금④] '법무부 수용자 방안' 날선 비판...차별 여전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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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사회의 차별과 눈총을 받으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종교·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이 남아 있습니다. 비즈트리뷴에서는 최근 발생한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해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역할과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습니다. [편집자주]

법무부가 공개한 성소수자
법무부가 공개한 2019년 7월 기준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 방안'

최근 법무부의 '성소수자 수용 처우 및 관리 방안'(이하 '성소수자 수용 방안')에 대한 비공개 지침이 공개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황당한 지침과 차별적 표현, 편견이 포함된 내용이 다수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의 성소수자 수용 방안에는 성소수자를 여장남자, 남장여자 등으로 일괄 표현하고 종교 행사 등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좌석을 분리하는 등 차별적 지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이 지침과 관련 법무부가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적 이해 없이 모욕적인 표현을 일삼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인권위의 재검토 요청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4월 이같은 지침을 수정·보완했으나,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 단체들은 해당 지침을 공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지침 공개 청구를 기각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9일 "이를 비공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재결을 내렸다. 

■ 중앙행심위, "'성소수자 수용 방안' 비공개는 위법"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전환 수용자에 대한 차별 및 인권침해 등’ 사건에서 법무부에 성소수자 수용자의 수용 현황 및 처우 실태 등에 대한 파악을 요청했다. 또 이를 근거로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인권위는 “성전환 수용자의 수용동 배치, 호르몬 치료 등의 의료적 처우, 목욕 등 수형생활 전반에서 성전환 수용자의 처우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성소수 수용자는 성적 정체성에 적합한 수용동에 독거수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구체적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협의체를 구성해 수용동과 독거수용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 결정하고 성전환 수용자의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무부는 성소수자의 정확한 개념·유형 등을 바탕으로 한 '성소수자 수용 방안'을 마련해 성소수자 차별행위, 성희롱 논란 방지, 인권침해 등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산하 교정기관에 알렸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 방안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는 “해당 정보에는 구체적인 수용관리 등이 담겨 있어 이를 공개할 경우 형 집행 및 교정(矯正)업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법무부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으나, 법무부가 동일한 이유로 기각하자 올해 3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지난 10월 중앙행심위는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정보공개 이의신청 기각결정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법무부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중앙행심위는 성소수자 수용방안 정보공개가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중앙행심위의 판단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들은 형집행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형집행법에 성소수자 수용자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 공개된 법무부 '성소수자 수용 방안' 살펴보니

법무부가 공개한 내부 지침 중 성소수자 처우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성소수자의 판정은 신체적 성에 따르고 있으며 성소수자의 분리 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20일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내부 지침인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성소수자 수용 방안(지난해 7월기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성소수자는 총 53명으로 집계됐다. 법무부는 성소수자 유형을 ‘성전환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여장남자’ ‘남장여자’로 구분했으며,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 여성은 ‘여장남자’, 트랜스 남성은 ‘남장여자’라고 표현했다.

모든 트렌스젠더가 성전환수술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법무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여장남자’를 “성별이 남성인 자가 여성미를 강조한 의상을 착용하거나 호르몬치료 등으로 여성화되는 자”로 설명하고 또 ‘남장여자’에 대해서는 그 반대로 설명했다. 

이는 성전환 수술을 해야 트랜스젠더라는 편견이 담겨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여장남자와 남장여자를 영문으로 표기할 때 사용한  ‘시메일(Shemale)’과 ‘히피메일(Hefemale)’이라는 단어는 당사자의 성정체성을 무시하는 혐오표현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또한 성소수자 수용자를 다른 수용자와 '분리' 시키는 지침도 문제가 됐다. 

방안에서 "성소수자는 별도의 수용동에 분리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불가피한 경우 칸막이 또는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소수자를 격리 수용했다.

성소수자는 운동·목욕·접견·이발 등을 별도로 받아야 하며, 종교행사도 다른 수용자와 좌석을 분리해 참석해야 했다.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이 같은 지침을 수정 보완했다. 성소소자 유형에 대한 표현을 '이상 복장 선호자'로 바꾸고, 입소나 처우와 관련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 지침의 공개에 대한 시민단체의 청구가 있었으나 법무부가 이를 거부해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새 지침에는 구체적 절차가 포함되어 있어 공개하면 교정·교화 직무 수행에 직접적인 장애를 줄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