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톺아보기③] 멸종위기의 생태계
[기후변화, 톺아보기③] 멸종위기의 생태계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1.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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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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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증거들을 마주하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는 기후변화 예측 모델 중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빠르게 녹고 있으며, 세계 주요 도시들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경험하고 있다. 빌 게이츠(Bill Gates)나 제프 베조스(Jeff Bezos)와 같은 억만장자 기업인부터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모두 한결같이 '이제는 행동할 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지구촌 최대의 화두로 꼽히는 '기후변화'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전 기사에서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기사에서는 생태계에 가져올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적인 멸종보다 1000배 더 빠르게 멸종 진행 

'멸종'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이치다. 어떤 종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거론되는 멸종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인간 활동이 불러 일으킨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 종들은 자연스러운 속도의 약 1천 배 가까이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지구상의 다양한 종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사라지자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인류가 지구의 6번째 대멸종을 거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 높아진 산불 빈도는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생물학자들은 현존하는 동식물 중 35% 가량이 2050년까지 멸종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00년간 사바나 및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하던 동식물 중 5분의 1 가까이가 사라졌는데, 그 중 50%는 기후변화 때문에 멸종했다. 향후 10년 내에는 약 100만 종의 동식물이 멸종할 것으로 예측된다. 상술한 내용은 모두 지난 2019년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 총회(IPBES)'가 채택한 지구평가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ㅣIndia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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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후모델 예측 시나리오 중 최악의 시나리오 수준으로 지구의 얼음들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 중이고, 이로 인해 특히 극지방의 생물들이 생존하기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극지방이 너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 살아갈 터전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생태계 균형이 깨져 먹이를 구하는 것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녹아버린 해빙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북극곰 사진은 이미 유명하다. 북극곰뿐 아니라 황제펭귄의 개체군 감소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순록 역시 위험에 처해있다. 

■ 수온이 2℃  오르면 산호초가 하얗게 변한다...해양생명체 집단 폐사 가능성도 높아  

수온이 높아지는 것도 큰 문제다. 인간 기준에서 수온이 2℃ 오르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바다의 수온이 2℃ 상승하면 산호초가 살아남지 못한다. 산호초는 그 자체로도 매우 다양한 종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해양 생물들의 먹이와 살 곳이 되어주는 만큼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해양 생명체 중 25% 정도가 산호초에 서식할 정도다. 

하지만 수온이 2℃ 오르면 산호초의 백화 현상(산호초 조직에 내부공생하는 조류가 파괴되어 산호초가 색깔을 잃고 기저 골격인 흰색 석회질이 드러나는 것)이 일어난다. 산호초가 죽게 되면 연쇄작용으로 산호초에 의존하며 살아가던 해양 생물체들 역시 집단 폐사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로 알려져있는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최근 유네스코(UNESCO)는 이 지역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호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현 기후변화 추세가 이어지면 25년여 내로 지구상 모든 산호초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돼 더욱 우려되고 있다. 

ㅣInternational Coral Reef Initiatives
ㅣInternational Coral Reef Initiatives

■ 기후변화 여파로 지난 20년간 태어난 바다거북 중 수컷은 단 1%

산호초 이외에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생물 종으로는 바다거북, 벵갈 호랑이, 자이언트 판다 등이 있다. 바다거북은 알을 낳을 때 모래의 온도와 수분 정도에 따라 암컷과 수컷이 부화할 확률이 확연히 나뉜다. 모래가 따뜻하고 건조할 수록 암컷이 많이 부화하는데, 이로 인해 최근 20년간 태어난 바다거북 중 대부분이 암컷이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심각한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번식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멸종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지니는 가치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실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생물 종 중 일부가 사라진다고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는 매우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앞당겨진 멸종은 인류와 지구에 재앙으로 닥칠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생태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문제의식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