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소' 노출된 재계와 넘치는 '악당들'
[기자수첩] '급소' 노출된 재계와 넘치는 '악당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10.2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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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려는 순간이 가장 취약한데..."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별들이 떨어지면서, 국내 4대 그룹의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 속에서 기업을 책임지게 된 총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당장 직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공존한다.

최근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故) 이건희 회장 자리를 물려받아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하며,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연소 대기업 총수자리에 올랐을 당시, 재계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 LG라는 대기업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최태원 SK 회장도 취임 당시 리스크가 적지 않았다. 일명 '한지붕 두 가족'이라는 걱정을 달고 최신원 SK네트윅스 회장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는 부담이 있었다.

다만, 현재 LG그룹과 SK그룹은 우려를 딛고 기업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구광모 회장은 특유의 '실용주의적' 리더십으로 그룹을 휘어잡는데 성공했다. 최태원 회장도 동생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우려를 해소했고, 과감한 투자로 그룹 전반을 키워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수년간 총수 역할을 해내며 이미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외부 환경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양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정책은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정책 방향성이 수시로 바뀌며 기업들을 혼란 속으로 집어넣고 있다. 재계에서는 공정경제 3법으로 기업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20조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반드시 필요해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최대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더불어 현대차그룹도 공정경제 3법이 통과되면 최대주주 지분 처분에 대한 압박이 강해져 이른 시일 내 지주회사 전환을 해야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징벌적 상속세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총수 일가가 부담해야되는 상속세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주식 할증까지 고려하면 60%에 육박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기업들은 상속세 조달을 위해 지분까지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에 재계를 포함해 각계각층에서도 상속세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청원에 삼성의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협회가 나서 상속세율이 높아 기업들의 투자의욕과,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변화를 위해 준비하는 시점이 가장 취약하다'는 말이 있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무엇보다 외부 자금을 포함해 수 많은 위험 요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코로나19로 기업들이 가장 취약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만화에서는 변신하려는 주인공을 가만히 지켜보다 악당이 결국 무너지는 상황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어리석은 '악당'은 없다. 취약해지면 바로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 것이 분명하다.

그룹 총수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똘똘 뭉치기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연계를 강화하면서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기를 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이 기업을 돕는 '히로인'이 되면 좋겠지만 최소한 악당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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