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LG화학-SK이노 배터리 전쟁 끝까지 갈 듯
[이슈진단] LG화학-SK이노 배터리 전쟁 끝까지 갈 듯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9.22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월 15일 ITC 최종 판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 최종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음달 5일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희)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 가운데, 양측은 막바지까지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는 양측이 극적인 합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22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주중한 '증거 인멸' 주장에 대해 전면으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며 결국, 최종 판결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ITC의 최종 판결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3조원을 투자한 미국 배터리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 배터리 업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자료=LG화학
사건 일지ㅣ자료=LG화학

■ '째깍째깍' 다음달 5일 최종판정 임박

ITC는 앞서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소송전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ITC 조기패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고, ITC가 이를 수용하며 해당 사항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다음달 5일 내릴 ITC의 최종 판결은 LG화학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ITC가 최종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결정하면 사건은 일단락되지만, 리맨드(수정) 지시나 조기판결을 인정하나,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소송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양측이 소송을 위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쏟아부은 상태에서, 추가적인 출혈도 불가피하다.

LG화학 입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패소 결정을 기대하겠지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어떤 판정이 나와도 고난길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리맨드 지시가 나오더라도 SK이노 입장에서는 완전히 '이긴'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더러 리맨드 지시나, 일단 조기패소를 인정하면 상당히 불리해진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판정 결과에 따라 최악에는 3조원을 투자한 미국 배터리 사업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패소한다면 이에 따른 추가적인 후폭풍도 우려스럽다. 다만, 미국에 큰 투자를 한 만큼 ITC도 이를 고려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양사 모두 미래 배터리 사업에 크게 한발을 걸친 만큼, 소송 결과에 따른 여파는 예상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증거인멸 VS 억지 프레임 공방 여전...합의 가능성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이 주장한 '증거 인멸'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선행기술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거인멸을 했다고 제재를 요청한 것을 전면 반박한 것.

SK이노베이션은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결과, LG화학이 발명자가 삭제했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ITC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또 SK이노베이션은 발명자의 VDI(일종의 클라우드 업무시스템) 백업파일을 포렌식 목적으로 LG화학에 제공한 바 있음에도 LG화학은 이 같은 팩트를 왜곡해 문서 삭제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LG화학이 수차례에 걸쳐 억지 거짓 주장으로 SK이노베이션을 터무니없이 매도하고 있다"며 "LG화학은 '소송갑질'을 그만두고, 정정당당하게 소송에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어제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양측이 극적인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결정한 LG화학이 자금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합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특히, LG화학이 분사한 배터리 사업의 확장을 위해 기업공개(IPO)와 필요하면 지분 매각 등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합의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됐었다.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도 조기패소 결정이 내려져 불리한 상황에서 소송 장기화로 추가적인 출혈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합의금을 내고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하는게 유리하다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양측이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업계에서는 결국 최종 판결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LG화학은 합의 가능성에 대해 "소송과 관련해 합의는 가능하나,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