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대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이해욱회장 지배력은?
[이슈분석] 대림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동...이해욱회장 지배력은?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9.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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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욱 회장
이해욱 회장

대림그룹(회장 이해욱)이 주력계열인 대림산업 분할작업에 나서며 이른바 '지주사 전환 작업'을 공식화했다.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의 '건설부문과 석유화학부문의 동거시대'를 끝내고, 각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특히 대림그룹이 '성장 방향성이 석유화학부문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지난 10일 이사회결의 이후 발표됐다.

대림산업은 12월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1일 공식 분리된다. 물론 대림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해욱 회장의 경영권를 강화하기위한 '다음 단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회장의 지배력이 아직 '미완성'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회장은 현재 대림산업의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림그룹, 유화부문 강화 

대림산업은 이번 분할의 주요 목적으로 '건설 · 유화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독자적인 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실제 작년부터 대림은 비핵심부문을 과감히 쳐내고 주력인 건설 및 유화사업 부문 강화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자회사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대림건설을 출범시켰고, 올들어 지난 3월에는 의료용소재업체인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를 인수했다.  

대림그룹은 유화 부문(디엘케미칼)을 '글로벌 톱20 석유화학회사 도약'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림그룹은 디엘케미칼에 대한 투자규모를 향후 5년간 약 2~3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건설부문이 약화되는 그림은 아니다. 메리츠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분리되는 건설부문은 아크로(ACRO) 브랜드를 기반으로 주택 사업에서 대부분의 이익이 창출되며, 현재 플랜트 부문 및 해외 부문은 매출이 크지 않다. 2020년 기준으로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연간으로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순수 건설부문의 시가 총액이 1.8조원에 불과한 만큼 향후 재평가를 받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단계 지배구조 개편 그림은

재계와 시장에서는 다음단계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분할작업만으로는 성에 차는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이 확보되지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쥐고 있고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21.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비상장 지주사와 상장회사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우려되는 만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림산업 측도 컨퍼런스콜에서 대림코퍼레이션과 DL홀딩스간의 합병, DL이앤씨와 DL건설(대림건설)간의 합병 또는 매각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개편 모델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출처=유진투자증권
대림 지배구조 개편 예상 시나리오ㅣ 유진투자 
현대산업개발 지주사 전환방식 ㅣ 유진투자

유진투자증권 김열매 연구원은 "지주사 합병보다는 과거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의 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유사한 방식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엘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고 디엘이앤씨 주식을 공개매수, 주식스왑을 하게 되면 디엘이앤씨는 디엘 주식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동시에 대림코퍼레이션의 디엘 주식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로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주)과 디엘이엔씨를 각각 21.97% 지분을 보유하게된다. 자사주는 없으므로 디엘이 디엘이엔씨 지분을 보유하지않게 된다"며 "대림코퍼레이션은 디엘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충을위해 들고있는 디엘이엔씨 지분을 디엘주식과 현물출자 방식의 스왑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디엘지주사 역시 상장 자회사인 디엘이엔씨에 대한 지분율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이번 분할작업이 완료된 이후 디엘은 디엘이앤씨 지분 확보를 통해 디엘이앤씨, 디엘케미칼 등의 사업자회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한 현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 "주주환원정책 구체화 필요성"

다만 대림그룹의 주주환원 정책은 다소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편은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 받는다"며 "인적분할 이후 소극적 배당 정책이 주가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과 유화의 분리는 건설 현금흐름의 용처에 대한 시장의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향후 주총 전 배당 정책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대림그룹 전반적인 배당정책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도 특별한 변동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정할 때 기업분할로 사업부별 재무구조와 실적이 명확해지면서 할인률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 이외에 주주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 역시 "분할을 통한 ‘복합기업 할인요인 제거’는 긍정적이나 이번 분할 발표에도 여전히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주환원정책 및 배당정책을 구체화하지 못한 모습이다. 추가 리레이팅을 위해서는 변모되는 모습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