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법 재발의…공매도 부정적 인식, 제도 미비가 원인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법 재발의…공매도 부정적 인식, 제도 미비가 원인
  • 구남영 기자
  • 승인 2020.09.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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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의원, 국민연금공단의 국내 주식대여 금지 개정법 발의
"국민 노후 자금이 공매도 수단으로 활용되어 위협 받아선 안돼"
변진호 교수 "부정적관점, 제도 미비 때문"
<CI제공=국민연금공단>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내년 3월까지로 연장된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국민연금에 대한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재차 발의됐다. 

이와함께  '공매도와 자본시장' 정책심포지엄에서는 공매도의 긍정적 역할을 살리되, 운영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8일 무차입 공매도 및 상장회사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방지를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총 7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간 불공정 공매도로 소액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고,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주식 대여가 공매도 세력에 의해 투기적 성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전에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이 이번 21대 국회에는 통과될지 주목된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도 현행법에 따라 ‘증권의 대여’를 운영 방법 중 하나로 규정한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보유하고 있는 증권을 기관투자가에게 일정 기간 대여한 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2014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누적 974조 2830억원 상당의 증권을 대여해 총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확보했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여 주식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와 연계된 공매도에 활용되는 등 개인투자자의 손해를 야기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덩달아 하락하면서 국민 노후자금이 위협받는다"며 "이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금 가입자까지 손실이 전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은 현재 국민연금 외 직역연금은 주식대여를 하고 있지 않지만, 이 의원은 이를 원천 차단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이와함께 무차입 공매도 등 법위반 행위를 사전에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발되더라도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회에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개정안이 올라왔지만 번번이 처리되지 못했다. 실제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권미혁 민주당 전 의원 등이 발의를 했었다.

공매도가 가격 조정 기능을 통해 증시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순기능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도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발의다.

이에 이 의원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공매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며 “유가증권의 대여에 있어서 국내 주식 대여는 금지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가입자, 가입자였던 자 혹은 수급권자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려는 것”이라며 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법개정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조항(1년 이상의 징역)을 신설했다. 아울러 위법한 공매도로 얻은 이익의 1.5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주문수량 확인 및 공매도 관리를 위해 주식잔고 보고를 명문화했다.

한편, 이날 열린 '공매도와 자본시장' 정책심포지엄에서는 '공매도 전면폐지’ 보다는 순기능은 살리되 운영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8일 공동으로 개최한 ‘공매도와 자본시장’ 정책 심포지엄에서 변진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변 교수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져 불법 공매도 감독과 처벌 강화 등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매도의 이익을 기관이 얻고 있으며 언론은 이들을 옹호하고 있다는 오해가 퍼져 있다"며 "경제적 논리로 시작해서 정치적 이슈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변 교수는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관점은 경제적 부작용이라기보다 관련된 제도적 미비점이 주요 원인일 수 있다"며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변 교수는 공매도의 긍정적 역할로 △가격 발견 기능 △유동성 공급 △책임경영 촉진과 금융사기 방지 △위험의 헤지 등 다양한 투자전략 등을 제시했다.

이에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되 개인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불법 공매도 감독·처벌 강화 ▲공매도 정보 투명성 확대 ▲공매도 접근성 제고 ▲선별적 공매도 금지조치 등을 제시했다.

변 교수는 "무차입 공매도 처벌과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감독, 처벌을 강화하고 공매도 허용을 시가총액 일정 규모 이상 종목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또 업틱룰 예외 조항 개선, 공매도 잔고 공시 강화를 통해 정보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 교수는 “극단적인 공매도 제한은 시장 유동성에 악영향을 주고, 가격발견 기능을 늦춘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 금지 국가 중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매도가 없으면 주식의 매도자는 보유자로만 한정된다”며 “매수주문이 밀려있는 경우에 공매도 주문은 미체결 매수주문을 소화해 주문 불균형을 해소 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국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주문이 쌓여있는 때, 그러한 주식에 대해 보다 많은 공매도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한시적으로 단행한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재확산 우려가 커지자 시장변동성 확대를 감안해 이를 연장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등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내년 3월15일까지로 연장된다. 현재와 동일하게 유동성이 낮은 주식·파생상품에 대한 시장조성과 상장지수집합기구(ETF) 등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한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