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헬기, 왜 안쓰지?-상] 1호 국산헬기 수리온, 예상 못한 난관 봉착
[국산헬기, 왜 안쓰지?-상] 1호 국산헬기 수리온, 예상 못한 난관 봉착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8.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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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AI
사진=KAI

1호 ‘국산헬기’ 수리온의 성장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렸다. KAI가 최근 진행된 중앙119구조본부의 헬기 입찰을 포기한데 이어, 이달 진행 중인 전북소방지부의 헬기 공모에서도 입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민간이 항공산업 진흥을 위해 거금을 들여 개발에 성공했지만, 국내 기관에서는 외면하는 모양세다. 특히, 업계에서 수리온이 임무에 필요한 안정성과 기술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더욱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 방산청과 경찰청 등에서 국산헬기 활용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내수에서부터 활용성이 낮아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최근 정부기관이 국산헬기 '수리온' 사용을 늘리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19일 응급의료장비가 장착된 국산헬기 '참수리' 2대를 추가적으로 구매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경남도에서 KAI의 수리온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그럼에도 정부 5개 기관에서 운용 중인 관용헬기 총 121대 중 국산헬기는 14대 밖에 안된다. 경찰청이 이달 계약한 2대를 포함해도 16대에 불과하다. 이는 자국에서 개발한 헬기 사용률이 90%를 넘어서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과는 더욱 상반된 모습이다.

■ 수리온, 민관 합작으로 탄생한 '1호' 국산헬기

독수리의 ‘수리’와 100의 완벽함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온’이라는 뜻의 수리온은 정부와 민간이 합작으로 완성됐다. 개발을 위해서 지난 2006년부터 6년 동안 무려 1조3000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생산과정에서도 정부와 함께 국내 부품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힘을 모았다.

이어 지난 2012년, 드디어 수리온 초도기가 처음으로 군에 인도되며, 한국은 세계 11번째로 자체 기술력으로 헬기를 생산한 나라가 됐다. 이를 통해 당시 국내 기술력이 글로벌 방산업계에서 재조명되는 한편, 국내 내수 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헬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는 몇 개 없다”며 “한국은 헬기 자체개발을 통해 군 전투력 향상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에서 위상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참수리ㅣ사진=KAI
참수리ㅣ사진=KAI

■ 외산과 비교해도 성능 안밀려...최대 강점은 ‘사용 편의성’

수리온은 최대속도 146노트, 최대이륙중량 1만9200파운드, 엔진추력 1855마력의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자동비행조종장치, 통합디지털 계기패널 등 최신 기술과 장비들이 다수 탑재되며 외산 헬기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갖췄다.

실제 수리온은 군에 납품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육군에서는 병력수송과 화물공수 등의 임무에 투입돼 안정성과 기술수행능력을 증명했다. 또 해병대에서도 임무에 맞춘 개량 헬기를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수리온은 정비와 기술문의 등에 있어서도 강점을 보였다. 정비에 필요한 부품이나 수리 시 외산 헬기들보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AI가 앞서 군에 항공기 납품을 통해 쌓아놓은 경험과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개발 초창기 소형헬기를 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중형헬기로 방향성이 바뀌며 논란이 됐다. 또 지난 2015년 육군항공학교 불시착, 이어 2016년 기체균열, 지난해 기체 결함에 따른 비상 착륙 사고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비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군 관계자는 “공군에서 KAI 항공기를 사용한 후로 특히, 기술문의와 관련해서 외산에 비해 편해진 부분이 많다”며 “헬기도 마찬가지로 국산 제품을 사용하면서 이러한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어 “통상 처음 사용해보는 제품은 사용과 정비 등 여러 분야에서 오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중요한 결함이 아닌 이상, 이를 신속하게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무후송전용헬기=사진=KAI
의무후송전용헬기=사진=KAI

■ 군 이어 정부기관에도 확대...아직 활용도는 적어

수리온은 군 투입을 시작으로 상륙기동헬기와 의무후송전용헬기 등 다방면 활용을 위한 변신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해병대의 입체고속 상륙작전 향상을 위해 전술공중항법장치와 해상/함상 착륙 편의를 위한 메인로터 접이장치 등이 탑재됐다. 또 의무후송전용헬기에는 의료횽 흡인기, 산소공급기 등 다양한 의료장비가 투입됐다.

최근에는 경찰청이 수리온의 활용을 늘려가고 있다. 정부기관 중 처음으로 수리온을 운영하고 있는 경찰청은 지난 19일 KAI로부터 ‘참수리’ 2대를 471억원에 추가 계약했다. 이를 통해 경찰청은 현재까지 총 10대의 국산헬기를 확보했다.

경찰청에서는 참수리의 성능과 활용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가격 측면에서 동급 외산 제품들과 비교해 15~20% 저렴할 뿐 아니라 안정성 및 신뢰성도 높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다른 정부기관의 구매율은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국내 관용헬기 120대 가운데, 경찰헬기 10대를 포함한다고 해도 아직 총 대수는 16대에 불과하다. 경찰청을 제외하면 기관별로 해경헬기 3대, 소방헬기 2대, 산림헬기 1대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는 우선적으로 자국헬기를 사용하는데 비해 국내 정부기관은 수리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며 “내부에서부터 활용성이 낮은데 어떤 국가가 수리온을 수입하려 하겠나”라고 하소연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