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한국타이어 차남 조현범, 후계자로 낙점...왜?
[이슈진단] 한국타이어 차남 조현범, 후계자로 낙점...왜?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6.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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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우려되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승계구도가 우선은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지난 26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최대대주주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이 인수한 지분은 23.59%로 매수대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조사장의 지분은 기존 보유한 19.31%에서 43%까지 늘어났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사진=연합뉴스

■ 후계구도 일단락?...'형제의 난' 우려도

조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오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승계절차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은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19.32%, 19.31%를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을 빼면, 나머지는 조양래 회장의 딸인 조희원씨와 국민연금이 각각 10.82%, 7.74%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형제들간의 경영권 분쟁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조 사장에게 미리 지분을 넘겨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 사장은 앞서 지난 2017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비슷한 시기 조 부회장도 그룹의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그룹의 후계자는 조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후 조 사장과 조 부회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룹 총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이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 뿐만 아니라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조 부회장은 타이어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도모해왔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이 예측보다 이른 시기에 조 사장에게 지분을 물려주면서 조 부회장이 어떤 대응을 보일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특히, 조 부회장이 조희원씨와 연합해 경영권을 두고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둘이 연합을 이룬다면 그룹 지분을 약 30% 보유하게 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 횡령·배임 조현범...사법리스크 영향은?

조현범 사장은 조 회장의 선택을 받아 후계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아직 사법리스크가 남아있다.

조 사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조 대표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포함한 6억15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마련했고 수수 금액도 매우 크다"며 "돈을 받은 것과 관련해 협력업체와 지속적으로 거래 관계를 유지해 사실상 업무 편의도 봐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배임수재 및 횡령금액 전부를 반환해 피해자들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며 "더는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벌금형을 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장은 지난 23일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조 사장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조 사장이 향후 재판을 앞두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조현식 부회장도 조 사장과 같은날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부회장은 친누나에게 1억여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만약 재판 결과가 조 사장이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 사장의 회사 복귀는 불가능하다. 더불어 형량이 그보다 낮아도 법정 구속 등이 나올 경우, 경영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어려워보인다"며 "사법리스크와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황,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의 관계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하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