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양식품 붉닭볶음면, 해외에서 더 잘나가는 이유
[이슈분석] 삼양식품 붉닭볶음면, 해외에서 더 잘나가는 이유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4.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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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양식품

국물 위주의 라면이 인기를 끌던 2011년. 삼양식품 김정수 전 사장이 명동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한 불닭 음식점에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보고, '매운 것도 맛깔스럽게 매울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매운맛, 닭, 볶음면… 불닭볶음면 개발의 시작이다.

마케팅 부서와 연구소 직원들은 불닭, 불곱창, 닭발 등 매운맛으로 소문난 전문 맛집을 돌아다니며 시식을 하고, 각 나라별 매운 고추를 연구했다. 매운 소스 2톤, 닭 1200마리의 요리를 맛보고 1년의 연구 끝에 최상의 배합비를 찾아낸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

독보적인 해외 성장률=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대표 브랜드다. 국내 매출액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000억 중후반대를 왔다갔다 했는데, 해외 매출은 같은 기간으로 218억원에서 2727억원으로 10배 넘게 폭풍성장을 이뤄냈다. 전체에서 수출 비중이 50%가 넘었다. 덕분에 작년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겼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5.9% 오른 1515억원, 영업이익은 38.4% 상승한 212억원으로 추정된다. 수출은 49%가량 증가한 76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 매출 확대는 음식료 업체들의 중장기 성장 동력"이라며 "역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수출은 전년대비 약 20%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중국 전역에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유베이와 재계약이 성사되며 중국 내 지역 커버리지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확대된 케이푸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매운맛에 열광한 세계 유튜버들=불닭볶음면은 중국 등 해외에서 인기가 더 많다. 초기에는 매운맛 마니아 층에서만 호응을 얻었다가 '영국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지인들과 불닭볶음면을 먹고 매워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700만 넘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졌다. 최근에는 스코빌 지수 12000에 달하는 '도전! 불닭비빔면'을 내놓으면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서 유통망 확장=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46%를 차지하는 중국은 삼양식품의 최대 수출국이다. 16년 450억원에서 19년 1250억원으로 중국 진출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삼양식품은 보다 전략적으로 공략하고자 중국 총판업체 '닝씽 유베이 국제무역 유한공사'와 협업하며 현지 유통망을 확장했다. 온라인과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비중은 진출 초기 8대 2에서 5.5대 4.5로 확장됐다. 

할랄인증 동남아시아=동남아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31%를 차지한다. 16년부터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5년 60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19년 850억원으로 성장했다.

삼양식품은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라면업계 최초로 2014년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인증은 아랍어로 '허락된 것'을 뜻하는 용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에만 부여되는 마크다.

말레이시아는 매년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현재 자이언트, 이온몰, 콜드스토리지 등 마트와 세븐일레븐, 마이뉴스닷컴 등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망이 갖춰졌다. 인도네시아는 불닭볶음면이 수출되기 시작한 18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SNS 챌린지 열풍 중=미국 수출은 16년부터 미국 내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불닭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작년에 250억원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수출액 중 불닭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SNS에서의 챌린지 열풍이 계속되며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푸드 인기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김을 불닭브랜드에 접목한 '불닭맛 김스낵'을 내놨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라면에 대한 수요 증가는 코로나19의 영향보다 해외 유통망 확장으로 인한 매출액 증가가 더 크다"며 "앞으로도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