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유가 급락에 조선사 수주 '경고등'…악몽 재연되나
[이슈분석] 유가 급락에 조선사 수주 '경고등'…악몽 재연되나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3.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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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되찾은 조선업계가 국제유가 급락에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마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수주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일로를 걷다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온 조선업계에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원유시장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2.9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고점이던 지난 1월 8일 65.65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지난 9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31.5%,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4% 폭락했다.

국제유가가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조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 75만CGT(33척) 중 6%인 4만CGT(1척)을 수주해 중국에 1위를 내줬다가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 30만CGT(18척) 중 67%인 20만CGT(8척)를 수주하며 다시 1위에 올라섰다.

신조선 발주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단기적인 유가 등락이 조선업종의 실적악화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경고등은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양플랜트는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이 벌써 해외에서 나온다"며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당분간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가격이 많이 내려가 사업초기단계에서 진행이 부드럽지 못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 자체가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뜻한다. 상선 쪽에서도 발주를 주춤하게 된다"며 "우리 조선업은 잔고가 있어 실적은 문제없는데 수주에 있어 적신호가 들어왔다 보고 긴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사의 해양프로젝트는 심해용인데 심해는 유가가 높아야 상업성이 나와 유가 민감도가 높다"며 "조선사는 해양이건 상선이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저유가 상황이 유류 소비를 자극해 물동량이 늘어난다면 원유운반선은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가 60%가량 하락했던 지난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초대형원유운반선(VL탱커) 운임이 483%, 수에즈맥스급 운임이 256%, 아프라막스급 운임이 306% 오른 적이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와 OPEC간 감산 논의가 무산되자 VL탱커 선주사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유가가 더욱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 만큼 VL탱커 발주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