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롯데케미칼 공장 폭발로 31명 부상…반복되는 대산석유화학단지 사고
서산 롯데케미칼 공장 폭발로 31명 부상…반복되는 대산석유화학단지 사고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3.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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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상가·민가 창문 깨져…하반기 실적 개선 제동

4일 오전 2시 59분께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불기둥이 수십m 높이로 크게 솟구쳐 주변 하늘이 빨갛게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31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일부는 화상이 심해 충남 천안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다.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 가용 인력과 장비까지 출동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240여명과 차량 38대를 동원해 2시간여 만인 오전 5시 12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현재는 대응 2단계를 해제하고,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4일 새벽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 여파로 압축 라인 납사분해시설(NCC) 설비공정 생산 시설이 부서져 있다. 사진=서산소방서
4일 새벽 서산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 여파로 압축 라인 납사분해시설(NCC) 설비공정 생산 시설이 부서져 있다. 사진=서산소방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납사(나프타) 분해 센터(NCC·Naphtha Cracking Center)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납사는 화학제품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1200도 이상 초고온으로 납사를 열분해하면 에틸렌·프로필렌·열분해 가솔린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소방 관계자는 "에틸렌 생산 과정에서 난 사고로 추정된다"며 "납사 분해 공정 중 압축 라인에서 폭발이 난 것 같다는 공장 측 설명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폭발 충격 여파로 공장 주변 상가·민가 피해도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진이 난 것 같은 매우 큰 진동으로 창문이 깨지거나 건물의 시설물과 외벽이 떨어져 내렸다는 신고도 소방본부에 여러 건 접수됐다.

서산시는 두 차례 안전 문자를 발송하고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대산공장 내 10개 시설 중 7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재가동 일정은 납사 분해 센터 정비 상황에 맞춰 조정할 계획이다.

4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주민이 폭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주민이 폭발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산석유화학단지 잇단 화학 사고 반복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반복된다.

분진이 날아드는 것 정도는 주민들이 '일상'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5월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로 주민 수백명이 병원 신세를 졌던 사고 이후 충남도는 대산석유화학단지에 화학사고 예방·관리를 전담하는 '서북부권 환경관리단'을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산시도 재난 안전문자 발송 시스템을 정비하고 화학 사고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환경안전팀을 신설했다.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오일뱅크 등 대산 4개 회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안전·환경 분야에 8천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 롯데케미칼, 충남 공장 폭발로 하반기 실적 개선 제동

NH투자증권은 롯데캐미칼에 대해 올해 하반기 전사 영업실적 개선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황유식 연구원은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납사 분해센터(NCC 공장 압축라인 일부에서 사고가 발생한 걸로 알려졌다"며 "압축설비는 NCC의 가장 핵식적인 설비로, 해당 설비 폭발 사고가 맞다면 장기간 공장 가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산 NCC 공장의 연간 추정 실적은 매출액 약 3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미드 하이 싱글 퍼센트(mid-high single%)로 예상한다"며 "1분기 현재 관련 제품 시황은 매우 좋지 않아 폭발사고가 2020년 상반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겠지만, 하반기 정상적인 영업환경으로 회귀할 경우 전사 영업실적 개선 속도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