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공매도 규제, 반기는 개미와 조심스러운 금융위
[이슈분석] 공매도 규제, 반기는 개미와 조심스러운 금융위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3.0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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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공매도 거래액 두달 사이 2500억원 증가
공매도 규제로 외국인 이탈 가속화 우려
규제 도입 시기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공매도가 또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공매도 거래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35억원에 불과했던 코스피 시장 일평균 공매도 거래액이 지난 1월 3964억원까지 올랐고, 지난달에는 5091억원까지 상승했다.

자료=한국거래소/표=이기정 기자
자료=한국거래소/표=이기정 기자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먼저 매도하는 거래를 말한다. 미리 매도 주문을 넣은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저렴한 가격에 다시 종목을 매수해서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예컨대, 현재 주가가 1만원인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주가가 8000원일 때 다시 매수하면 2000원의 차익을 얻는 것이다.

통상 공매도에 대한 규제는 약세장에서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 당시 공매도 제한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 금감원이 검토 중인 ‘홍콩식 공매도 규제’란?

증시 변동성이 최근 높아진 가운데, 공매도 거래가 급격히 상승하자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서는 '홍콩식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를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는 시가총액 규모가 일정 규모가 넘는 종목들에 대해서만 공매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홍콩에서는 시가총액이 약 4700억원을 넘으면서, 12개월 기준 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들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은 전체 종목의 29%(지난해 10월 기준) 정도 수준으로 홍콩에서는 수시로 지정 종목을 점검해 변경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규제는 정도와 방법을 떠나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번에 금감원에서 언급한 공매도 규제 제도는 공매도 영향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주가 변동성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 공매도 규제...개미는 ‘환영’, 금융위는 ‘신중’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 카드가 거론되면서, 개미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은 외국인과 기관의 비율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 A씨는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매도 세력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거나, 피해를 본 경험이 여러 번 있다”며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자본 규모가 적인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공매도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매도 규제로 주식시장이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거래량 증가, 과대평가된 종목의 가격 조정 등 공매도의 순기능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외국인의 순매도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공매도를 규제한다면 추가적으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금융위원회에서는 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홍콩을 제외한 선진국 대부분에서 공매도 지정 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공매도 규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강한 편에 속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매도 규제 시의성에 대한 문제도 거론된다. 제도에 대한 논의가 길어져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 도입되면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불법 공매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마다 공매도 규제 방안을 꺼내 들었지만 시도에 그치고 말았던 전력들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규제는 특정한 사태에서 주가 폭락 등을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시기적절하게 활용해야 의미가 있다”며 “사태가 터지면 규제에 대해 논의하고, 문제가 진정되면 다시 없었던 일처럼 되는 방식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