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위 제주항공, 5위 이스타 인수…수익성 개선할 수 있을까
[이슈분석] 1위 제주항공, 5위 이스타 인수…수익성 개선할 수 있을까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0.03.02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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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원 깎아 545억원에 인수…국내 첫 항공업계 M&A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로 저비용 항공업계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빅3'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지난 12월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합의한 금액인 695억원보다 150억원 감소한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 

일부에선 이스타항공의 채무 등을 이유로 인수 무산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예정보다 실사 작업이 지연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두 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직면하자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 업계 3위 굳히기 등을 위해 인수가액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며 협력을 모색하기도 했다. 

사진=제주항공
사진=제주항공

■ 국내 수송객 점유율, 아시아나항공 뛰어넘을 전망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수송객 점유율에서만큼은 아시아나항공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종합 정보시스템(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 19.3%, 제주항공 14.8% 순이다. 여기에 이스타항공(9.5%)을 더하면 20.7%로 아시아나항공보다 1.4% 점유율이 많아진다. 

같은 통계를 기준으로 국제선은 대한항공 33.2%(진에어 포함 41.6%), 아시아나항공 22.8%(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31.5%)에 이어 3위를 굳히게 된다. 제주항공(13.8%)에 이스타항공(5.0%)을 더하면 18.8%로 아시아나항공과 4%의 차이가 난다.

본실사 과정에서 동종 업계의 내밀한 사정을 파악한 만큼 인수 포기시 업계 안팎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른 항공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고하라는 의견이 나왔단 만큼 향후 유동성 위기 극복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객 환불, 매출 감소,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다. 이에 지난달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연말정산 정산금 등 기타 급여는 추후 지급하기로 했다. 유동성 악화로 항공유 대금 결제를 미루다가 정유사로부터 급유 중단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에 제주항공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규모 자본 투자, 급변하는 부채 비율 등으로 우려의 시각이 남아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부실한 재정 건전성이 문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해당 항공사는 자본금 486억원, 손실(결손금) 266억원, 부채비율 484.4%, 자본 잠식률 47.9%를 기록했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은 올해 매출, 영업이익 등은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하나같이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실적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스타항공은 대규모 자본 결손(당사 추정 700억원)이 예상된다“며 ”중장기 긍정적 시너지는 기대되나 현재 극단적인 업황을 감안하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감안한 듯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날 공시 후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며 ”공급 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첫 항공사간 인수”라며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도전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제주공항 내부가 한산하다. 사진=이서련 기자
코로나 19여파로 제주공항 내부가 한산하다. 사진=이서련 기자

■ “이번 결정, 코로나19 위기 극복 위한 자구 노력”

그럼에도 업계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제주항공이 545억원이나 인수 자금을 넣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사는 이번 인수와는 무관하게 정부 차원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및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국내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6곳의 사장단은 28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동 긴급 건의문’을 통해 “지금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일본 불매 운동,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등 ‘SOS’를 청했다.

 

[비즈트리뷴=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