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건설공사 부실 측정 벌점제 강화에 업계 '반발'...탄원도
[이슈분석]건설공사 부실 측정 벌점제 강화에 업계 '반발'...탄원도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2.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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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설업 부실벌점 제도 관련 법안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아파트 선분양 등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벌점 산정방식을 전면 개편해, 부실시공을 예방하는 등 부실벌점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속된 정부의 강성 규제에 건설사는 더 한숨을 쉬는 모양새다. 

대한건설협회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건설업계 현실과 시장상황을 외면한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는 철회돼야 한다"며 건설공사 벌점규제 강화 추진 철회를 요청하는 연명탄원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해결은 없이, 처벌 만능주의 규제 강화는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한다"며 업계가 처한 상황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경미한 사항까지 벌점을 부과해 기업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처벌을 받게 하는 등, 부실시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부실벌점제도의 본 취지와 어긋난다"며, "벌점 평균방식에서 누계방식으로 변경하는 점, 공동이행방식에서 벌점을 대표사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위헌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건설업계의 이같은 반대 움직임은 진행되고 있는 현장 등 개별 상황을 무시한 채 처벌강화 수단만을 내세워, 해당 기업의 생존과 업계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등 위협 요소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안은 △부실벌점 산정 방식을 기존 평균을 내는(각 현장의 총 벌점을 현장 수로 나누는 것) 방식에서 총 합산 방식으로 △컨소시엄(공동도급) 벌점을 현행 출자 비율에 따른 개별 부과에서 대표사에 일괄 부과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결국 사업장이 많아질수록 벌점이 누적돼 불리해지는 것으로, 사업장을 많이 가진 대형 및 중견 건설사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현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업체 중 70% 이상이 선분양 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과벌점이 평균 7.2배, 최대 30배까지 상승해 대형 및 중견업체들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입법 예고 게시판에는 약 2천700개를 넘는 의견이 올라오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자료: 국토교통부

부실벌점은 건설사의 사업관리나 설계, 용역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부과하는 것으로, 점수가 누적되면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공공 공사 사전입찰 자격심사, 입찰 참가 등 심사나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건설업계 도급순위 서열을 매기는 시공능력평가액 역시 줄어들게 된다.

■대형건설사 "업계 고려 안 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건설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은 더욱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협회 관계자는 "벌점제도 하나만 강화되는 방향이 되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우려"라며, "업계 전반에 있어 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그러면 주택이 줄어들어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향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벌점제가 재정되려면 단순히 건설기술시행령만이 아닌 여타 연계 법령들도 개정돼야 한다"며, "선분양을 제한하는 주택공급규칙, 기금의 출자를 제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등 다른 기준이 함께 올라가야 합리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후 상황을 봐서 다시 개정해주겠다는 말도 들리는데, 확정된 얘기도 아닌데다 그때는 이미 손실이 발생한 상태라 각 기업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안전이라는 이슈 때문에 직접적인 생계에 타격을 받는 건설업계는 생각을 안해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건설사 담당자는 "개정안으로 제도가 바뀌면 대형 건설사의 상당수가 선분양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단 한 건의 점검과 벌점만으로도 바로 선분양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분양일정이 다 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는 설계도서나 시방서 등 기준에 맞는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로 부실벌점을 최소화해 현재 공사현장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건설사 "기업 생존 위협할 것"

중소형 건설사들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중소형 건설사 협회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경우, 분양일정을 미리 몇 년 전부터 계획을 하는데 자금에 대한 부분이 토지확보에 제일 많이 들어간다"며 "땅 확보를 위해 금융권을 이용해 대출을 받는 상황으로 자금을 받아서 이자나 이런 비용들이 더 계산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사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그게 제재가 돼버리고, 선분양이 안 되면 사업 자체가 완전히 틀어지고 자금계획도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그러면 자금 조달을 버텨낼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 업체들이 예전에 사업현장에서 그런 벌점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되면, 업계에서 엄청난 제재수단이 될 수 있어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 "수정 가능성 있다"

국토부는 새로운 부실벌점 집행이 2년 뒤인 2022년 7월 이후인 만큼 일단 개정안대로 제도를 운용해보고, 필요하면 추가 조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부실벌점 집행이 2년 뒤에 이루어질 예정이고, 입법 예고인 만큼 그 목적대로 충분한 의견 수렴 및 검토 후 변경 및 수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수정 가능성이 있으며, 개정안대로 그대로 운용하도록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