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소장 공개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라"
대한변협,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소장 공개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라"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2.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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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소장 공개 제도의 신속한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서에서 최근 논란이 불거진 법무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핵심 피의자 13명을 전격 기소하면서, 국회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주요 사건에 관한 공소장 제출을 법무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70여장에 이르는 공소장 내용 중 공소사실 요지만을 제출해 사회 각계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공소장 공개제도는 2005년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돼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국회는 국회법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받은 공소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특정 사건의 공소장은 일반에 공개돼 왔다. 특히 고위공무원, 정치인, 권력기관의 비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공적 사안과 관련된 공소사실이 이 같은 방식으로 공포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은 공판중심주의, 공소장일본주의에 따라 죄명 및 요건사실이 기재된 공소장이 법원에 제출되면 재판절차에서 증거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유무죄의 판단을 받게 된다. 그전까지는 당연히 무죄로 추정된다.

공소장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죄명, 범죄 요건사실 등 객관적인 사실을 담은 문서다. 그러나, 현행 공소장은 요건사실 외에도 검사의 주관적인 주장이 포함되어 제출되는 경우가 있어 공소장일본주의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 공개로 인해 방어권과 변론권이 침해되고 심지어 명예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격권이 침해당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이번에 법무부가 공소장이 아닌 공소사실 요지만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원칙에 입각해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면서도 "공평은 정의와 더불어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한 축이며, 법의 공정한 적용과 집행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이번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시기나 방법에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경청할만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변협의 회원들로 구성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해 많은 변호사 회원들이 이번 공소장 공개 거부의 시기나 방법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에 공감하고 있는바, 이는 이번 사안이 이념적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 및 국민의 알권리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의 문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이찬희 협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변호인의 변론권,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소장 공개 제도가 마련되도록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나아가 대한변협은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 및 관행처럼 이루어진 국회의 공소장 제출요구, 공소장일본주의를 넘어선 검사의 공소장 기재와 관련한 문제를 포함해 공소장 공개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변호사 회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제도의 수정·보완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예율·입법발전소 소장)는 "법무부는 의원회의 의결이 없었기 때문에 자료제출 요구에 절차상 문제가 발생했고,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어 비공개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두 가지에 근거해 국회에 요약본을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법무부 자료를 보면 국회증감법이나 국회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절차상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법령상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권은 위원회의 의결에 의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에 문제 된 이유는 국회의원 개인이 제출요구를 했기 때문이다"며 "국회의원 개인에게도 자료제출 요구권이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현재 법리적으로 있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회가 아닌 국회의원 개인이 헌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에게 그러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행법상으로는 규정돼 있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령에 규정된 벌칙조항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국회법이나 증감법을 봤을 때 현 상태는 입법의 불비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기관이나 국회에서의 활동은 법치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지금 규정만으로는 현 상태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이것을 좀 더 명확히 규정해야 정치적 오해나 악용할 소지 등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자료제출요구권을 가지고 국회의원 개인이 받은 자료를 면책특권을 이용해 외부에 공개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면서 "국회의원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정치행위를 하기 위해 제출요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