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쌍용차…연이은 실적발표 연기 왜?
위기의 쌍용차…연이은 실적발표 연기 왜?
  • 강필성 기자
  • 승인 2020.02.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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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이례적으로 실적발표를 세 번이나 변경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사회 개최일이 변경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일 쌍용차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실적발표는 이미 세 번이 변경됐다. 당초 실적발표는 지난 3일 16시30분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15시30분으로 앞당겨졌고 이어 4일로 실적발표일이 미뤄졌다. 정작 4일에는 기약도 없이 실적발표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이렇게 실적발표가 미뤄지는 이유도 이례적이다. 실적발표 시간이 변경된 지난달 31일에는 단순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3, 4일에는 이사회 개최일 변경이 이유가 됐다. 하지만 3일에서 4일로 연기된 이사회는 개최되지 못했고 다음 이사회의 날짜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이사회의 일정이 조정되면서 실적발표가 연기된 것”이라며 “추후 이사회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실적발표 일정을 새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ㅣ사진=쌍용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ㅣ사진=쌍용차

이처럼 이사회가 연기되는 이유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쌍용차 측에서는 단순 일정 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과거 유사 사례는 전무하다. 

업계에서는 현재 쌍용차의 상황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현재 쌍용차는 공장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부품 조달 차질로 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공장이 휴업하기 때문.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쌍용차는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만 1821억원 규모다. 지난해 차량의 판매도 13만5235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대규모 실적 발표가 상당한 부담이 됐으리라는 추측이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달 16일 한국을 방문해 산업은행 등 정부에 지원을 전제로 2300억원의 출자를 약속했지만 산업은행은 현재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마힌드라 측에서 이사회를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쌍용차 이사회 7명 중 마힌드라 측 인사는 3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쌍용차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다면 산업은행으로서는 마힌드라의 요청대로 투자를 집행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진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공장 가동과 실적 부담,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