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사모펀드 이대로 안전한가?
[이슈점검] 사모펀드 이대로 안전한가?
  • 어예진 기자
  • 승인 2020.01.31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의도 증권가 / 사진=어예진 기자
여의도 증권가 / 사진=어예진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증권사들의 TRS 자금 환수 요구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잇따른 사모펀드의 유동성 문제로 판매사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마음을 졸이는 형국이 됐다.

◆ ‘우량자산’이라는데, 알펜루트까지 왜?

지난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에 대해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추가 환매 여부는 시간을 두고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알펜루트운용이 보유한 개방형 펀드로 총 자산대비 19.5%에 해당하며, 최대 환매 연기 금액 규모로 추산 시 1817억원에 이른다.

알펜루트 측은 이번 유동성 악화를 TRS를 제공한 증권사들의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 주요 펀드 대부분이 안전하고 우량한 포트폴리오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라임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

알펜루트운용은 “메자닌 자산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무역금융이나 부동산 금융 등의 상품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며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지 않았으며, 비건전성과 불확실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과 운용에 있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사정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몇 백억 단위의 이유 없는 환매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부서 자체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지속적으로 한다. 혹시나 라임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모니터를 하는 것이다. 내부에서 불확실한 부분이 있었기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본다. 몇 천억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인데 유동성 위기나 손실 우려가 생긴다면 빨리 회수를 하는 것이 리스크를 해지하는 방법 아니겠느냐”라고 평가했다.

성급했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갑자기 회수하면 개인한테 고스란히 피해가 간다. 리스크가 크다고 하면 당연해도 불안한 상태에서 한 것이라 아쉽다. 이런 펀드들이 많을 데 성급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형 PBS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 불안감에 너도 나도 따라한 형국”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사들 TRS 회수 더 안한다

당장은 TRS와 관련한 증권사들의 자금 회수 계획이 더 없을 예정이다.

지난 29일 사모펀드사와 TRS 계약을 맺고 있는 6개 증권사들은 알펜루트자산운용 외 다른 사모 운용사 펀드에서 당장의 자금 회수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금융감독원에 밝혔다.

금감원이 이들에게 의사를 물었고 6개 증권사 모두가 계획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이 한꺼번에 자금 회수, 계약 해지에 나설 경우 ‘펀드런’과 같은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으나 증권사들의 결정으로 똑같은 이유로 인한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TRS 계약을 맺은 사모펀드 운용사는 19곳에 이른다. 규모로는 1조9000억원의 자금이 공급된 상태다.

금감원, 사모펀드사 특정 전략 상품 예의 주시 중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운용사 중 부실 상품이나 부정이 발생할 여지가 높은 특정 전략을 이용한 상품에 대해 예의 주시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전략을 이용한 상품들이 편법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전략을 다룬 펀드를 보유한 사모펀드사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나가 무너지면 같이 무너지게 될 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순 유동성에 대한 위기를 넘어 사모펀드의 상품 구조에 자체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하다.

한 운용사의 1호 펀드가 잘되면 자금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 2호 3호 펀드가 잇따라 출시된다. 타사에서도 같은 전략을 따라가는 상품들을 내놓는다. 비슷한 모방상품이 많아 하나가 무너지면 ‘줄줄이 소시지’처럼 같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모 증권사 지점에서 고액자산가를 담당하는 PB는 “시장 수요에 맞춰 나오는 펀드들이 워낙 많다. 시장이 원하는 방식대로 1호, 2호, 3호 계속 나와 시장에 끌려가다 무너지게 되면 같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