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회장 항소심서 2년 6개월 선고...'준법경영시스템' 양형사유 반영
이중근 부영회장 항소심서 2년 6개월 선고...'준법경영시스템' 양형사유 반영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1.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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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ㅣ 부영그룹 홈페이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ㅣ 부영그룹 홈페이지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중근(79) 부영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22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선고형인 징역 5년에서 절반으로 감형을 받아 이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양형사유에 관심이 쏠렸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항소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 회사자금의 횡령으로 이미 구속과 처벌된 전력이 있음에도 같은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하면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사실상 1인 주주이자 최대 주주인 동시에 기업의 회장으로, 자신의 기업 내 절대적 권리를 이용해 계열사 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부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유무죄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던 영화 제작업체 부영 엔터테인먼트에 45억여원을 대여한 것에 대해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이 회장이 2004년 취득한 차명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고 일부를 증여세로 납부해 계열사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무죄로 결론 내렸다.

앞서 이 회장은 4300억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이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으나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 재판 중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 절반으로 낮아진 형량...'준법경영 시스템'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양형사유로 1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된 전체 횡령액이 줄어든 점, 이 회장이 피해액을 모두 변제·공탁한 점 등을 들었다.

또 부영그룹이 이 같은 범행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준법감시실을 신설하고, 외부인이 기업의 준법경영 감시업무를 수행하는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등 준법경영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번 이 회장의 항소심 재판은 국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과 동일한 재판부가 심리해 이목을 끌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도 재판부가 삼성 측에 '내부 준법감시 제도 마련'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이러한 주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먼저 나서서 기업에 감형을 위한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라며 "오너가 수백 수천억원에 이르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기업이 면피용 제도를 운용한다고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부영그룹 재판에서 기업 오너 범죄의 형량이 절반으로 감형돼 사실상 준법경영 시스템이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한 사례가 확인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도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운용이 양형에 영항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승주 변호사(법무법인 정솔)는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는 다양한 양형 요소를 고려한다"며 "이중근 회장에 대한 판결에서 ‘준법 경영’에 대한 노력이 양형 요소로 고려된 점은 수긍이 간다"고 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이재용 부회장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면서 "다만, ‘준법 경영’이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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