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별세②] '형제의 난'으로 초래된 비운의 말년
[신격호 별세②] '형제의 난'으로 초래된 비운의 말년
  • 전지현
  • 승인 2020.01.19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16시29분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롯데를 한국 재계순위 5위로 키운 주인공이자 한국 현재 경제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신 명예회장의 말년은 비운했다. 두 아들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간 경영권 분쟁으로 강제 은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일명 '형제의 난'이다.

롯데 신격호 명예회장 젋은시절. 사진=롯데지주.
롯데 신격호 명예회장 젋은시절. 사진=롯데지주.

19일 재계에 따르면 두 형제의 분쟁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은 회장직에서 불명예스럽게 전격 해임된다. 2016년 호텔롯데 대표와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2017년에는 롯데쇼핑·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일본 롯데홀딩스, 롯데알미늄 이사직을 내려 놓는다.

아버지를 둘러싼 형제의 다툼으로 신 명예회장의 치매도 세간에 알려진다. 신 전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당시 고령임에도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반면 롯데그룹과 신 회장 측은 그가 치매를 앓고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6년 12월에는 그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가 신 명예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어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며 법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결국 법원은 오랜 심리 끝에 그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한다.

이후 신 명예회장은 고령에도 법정을 오가며 구속에 맞딱뜨리는 수모도 겪는다.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촉발된 '롯데 사태'는 결국 신 명예회장 부자에 대한 기소로 이어졌고 1심 선고공판에서 신 명예회장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또 신 명예회장은 법원을 오가며 치매를 앓는 모습을 세간에 보여야했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판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 고령, 말기 치매 등으로 거동 및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 공개됐다. 현대 경제를 아우르던 '유통거인'의 초라한 말로가 드러나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편, 노환으로 입원 중이던 신 명예회장은 지난 18일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고, 19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장례는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고인을 기리고자 그룹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명예장례위원장은 이홍구 前국무총리, 반기문 前UN사무총장이, 장례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맡을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 발인은 22일 오전6시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