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론…감사원 결과는 남아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론…감사원 결과는 남아
  • 구남영 기자
  • 승인 2019.12.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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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에 이어 두번째

2015년 수명연장이 결정됐지만 작년 조기폐쇄가 결정되며 논란을 빚었던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정지가 표결로 확정됐다. 영구 정지가 결정된 것은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112회 전체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위원간 견해차가 심해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진상현 위원이 이 안건에 대한 표결 처리를 제안했고, 7명의 참석 위원 중 이병령 위원만 표결에 반대했다. 표결은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7명의 위원 중 엄재식 위원장, 장보현 사무처장, 김재영·장찬동·진상현 위원은 영구정지에 찬성했다. 이병령·이경우 위원은 반대 의견을 냈다.
   
김호철 위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의 변호사로 활동한 만큼 이날 회의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안건 논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2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안위에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9월 27일 회의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
   
원안위는 앞서 10월과 지난달 각각 109회, 111회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논의했으나, 위원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후 회의에서 다시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병령, 이경우 위원 등은 앞선 회의에서 한수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 안건에 대한 심의 자체를 멈추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지난 9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한 바 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원안위 사무처는 '경제성 평가'를 확인하는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안전성'을 보는 영구정지(운영변경허가안)를 안건으로 심의할 수 있다면서 이날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1982년 11월 21일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22일 준공과 함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았으나 작년 6월 한수원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원안위가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했지만, 감사원이 '한수원의 경제성 축소'라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한수원 이사회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등 한수원 월성1호기 이슈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무효로 할 수 있는 2심 판결도 내년 2월 남아 있다. 원안위는 앞서 2015년 월성 1호의 10년 연장 운영을 결정했고, 시민 2천여명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며 주민의 손을 들어줬지만 원안위는 1주일 뒤 항소했다.
   
원안위는 "감사원 감사, 법원 판결과 이번 영구정지 심의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논란 이어질듯...감사원 감사결과 남아

24일 회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표결로 결정했으나, 이 원전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원안위 위원들은 감사원 감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심의 자체를 계속 반대해 왔다.

국회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 안건이 의결되며, 논란의 여지가 남게 됐다.

김기선 의원 등 자유한국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원안위는 월성1호기를 2022년까지 연장 가동하도록 결정하여 70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내부수리까지 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어엎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 의결에 따라 감사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세번씩이나 자기들이 영구폐기를 결정해야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 감사원이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위법이라고 결론 내린다면 원안위는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정권에 빌붙어 월성1호기 영구 폐쇄를 밀어붙인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선 의원측은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 한수원이 작년 6월 이사회에 제출했던‘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보고서’는 2018년과 2019년의 MWh(메가와트시)당 원전 전기 판매 단가를 실제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단가보다 각 10.9%, 6.5% 낮게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용률도 실제(79.5%)보다 턱없이 낮은 60%로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의 결론은 “계속 가동이 경제성 있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측은 또 "더 큰 문제는 이 경제성평가 자료가 작년 한수원 이사회 회의에 배포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월성1호기 조기 폐쇄라는 답을 정해 놓고 의도적으로 단가와 이용률을 낮춰서 계산했는데도 결론이 뜻대로 나오지 않자 일부러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측은 "또한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경제성, 지역수용성’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결정하도록 명시 돼 있으나, 월성1호기는 주민수용성 평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조기폐쇄가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주민수용성 평가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허위발언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측은 "한수원 이사회도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사회의 회의록에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이사들의 배임죄 회피 여부가 최대 관심사라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한수원은 이미 법무법인 두 곳에 이사들의 배임죄 등에 대한 자문을 받아 놓았음에도 이사회 내내 법무실장에게 법률적 책임을 회피할 방법과 월성1호기 폐쇄로 전기료 인상이 되면 일반 국민들로부터 소송당할 염려는 없는 지를 거듭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