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선거법 개정안 전격 상정…한국당, 필리버스터 맞불
'4+1' 선거법 개정안 전격 상정…한국당, 필리버스터 맞불
  • 구남영 기자
  • 승인 2019.12.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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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제안설명등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그러면 기회가 안온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는 2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에 대한 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이로써 내년 4ㆍ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선거법이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 7개월여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가면서 실제 표결까지는 3일 정도의 시차가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을 비롯해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1월 초ㆍ중순까지는 여야간 극심한 대치와 충돌이 예상된다. 이로써 비쟁점 민생법안의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9시 41분께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했다.

선거법은 예산 부수법안(22건) 뒤인 27번째 안건이었으나 문 의장은 예산 부수법안 2건을 처리한 뒤 표결을 거쳐 의사 일정을 바꿨다.

문 의장은 "의사 일정 변경 동의 요청이 있었다"면서 표결을 진행한 뒤 "가결됐으므로 27항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 도입이 골자다.

지난 4월 30일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현행 지역구 의석(253석)을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린 것이다. 여기에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 법안은 '4+1(민주당ㆍ바른미래당 통합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공조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원안 그대로 올릴 경우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4+1 협의체는 현행 의석 구조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3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률 50%)를 도입하는 수정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수정안도 선거 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하향 조정하는 원안 내용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4+1 차원의 수정안 협상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원안에 비해 많이 후퇴했으나 이 법이 통과되면 선거 제도 및 국회 정당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치사상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칠 경우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정당 득표율에 맞는 총 의석을 보장하는 구조다.

군소 야당에서는 사표가 방지된다는 이유로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로 규정하고 있다. 제도 도입에 따른 혜택도 군소 야당이 가장 많이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에 앞서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 및 예산 부수법안 2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한국당은 본회의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문 의장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특히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으나 문 의장은 국회법 해석을 이유로 불허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가 금지된 예산안 부수법안에 대해서도 무더기 수정안 제출을 제출하고 의사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데 힘을 쏟기도 했다.

한국당은 선거법 상정과 동시에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9시 49분께 첫 주자로 나선 주호영 의원은 "정의당이 어떻게 해서든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오고 민주당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두 개를 맞바꿔 먹었다"면서 "선거법은 지금까지 여야가 거의 합의해서 처리했는데 내년 선거에서 만약 한국당이 과반이 돼서 선거법을 바꾸면 여러분이 그대로 승복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주 의원이 토론 중 '유재수 사건'을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 30분 현재 약 1시간 40분가량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법에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당은 본회의 시작전에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토론에 나서는 의원이 더이상 없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필리버스터 종료에 찬성하거나 국회 회기가 끝나야 종료된다. 필리버스터 종료가 선포될 때까지 본회의는 계속되며 의원들은 1인당 1회에 한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도 무제한 토론을 진행할 방침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거법에 대한 찬성 토론, 바른미래당은 반대 토론이다.

주 의원 이후로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 한국당 권성동 의원, 민주당 최인호 의원 등의 순으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패스트트랙 법안이 무한 지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초단기로 여러 번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25일까지 진행되며 민주당은 26일부터 새 임시국회에 대한 소집 요구서도 제출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25일까지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뒤 26일 첫 본회의에서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4+1 차원에서 의결정족수(재적 295명 중 148명)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4+1이 제출한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은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시작일 3일 전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계속하고 민주당이 3일 단위로 임시국회를 진행하게 되면 패스트트랙 법안을 모두 처리하는데 산술적으로는 21일이 필요하다.

선거법 외에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개정안 및 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인 유아교육법ㆍ사립학교법ㆍ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모두 6건의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돼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의 필리버스터 대치는 해를 넘겨 내년 1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