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 김우중] 비운의 거상…“세계는 넓고 할 일 많다”
[세계경영 김우중] 비운의 거상…“세계는 넓고 할 일 많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2.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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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한때 대한민국을 상징하던 경제인이자 기업이었던 그는 부도덕한 경영자로 몰락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그가 꿈꿔 왔던 재기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10일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 아주대학교 부속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어갔다. 그는 약 1년의 투병생활 끝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본인의 뜻에 따라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대우그룹이 몰락한지 약 20년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기업의 글로벌 경영의 효시이자 한국 경제발전 성공의 주역이신 김 전 회장께서 별세하신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세계화를 이끈 선구자셨다”고 밝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실 김 전 회장은 시대에 따라 다채로운 평가가 따라다닌 인물이다. 국가를 대표하던 경영자이자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지만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9년 대우그룹의 유동성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에는 비리 기업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당시 대우그룹의 몰락은 한국 경제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김 전 회장은 21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98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으로 2006년 1심에서 징역 10년, 추징금 21조4484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으로 감형됐으며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추징금은 그의 남은 생애를 내내 따라다녔다. 사실상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는 신장섭 싱가폴국립대 교수가 김 전 회장과의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출판하면서 대우그룹의 기획해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추징금이 세계적 기업가를 세 번 죽인 ‘부관참시’였다는 주장도 담겼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저뿐 아니라 (워크아웃은) 대우분들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일이었다”며 “지난 일에 연연하자는 게 아니라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다. 국가와 미래세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마지막 봉사라고 여기고 우리 젊은이들이 해외로 뻗어 가고 대우의 정신을 계승하도록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라며 말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그룹의 몰락 이후 베트남에 주로 머물며 동남아에서 인재양성 사업인 ‘글로벌 청년 사업가(GYBM)’ 프로그램에 주력해왔다. 여기에서 약 1000여명 청년사업가 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지난해 3월 열린 대우 창업 51주년 기념행사가 마지막이다. 대우그룹 임직원들은 1999년 그룹 해체 이후에도 매년 창업기념일에 기념행사를 진행해왔으며 김 전 회장을 포함해 대우그룹 출신 300여명이 참석해 왔다.

김 전 회장의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예정돼 있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장녀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