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 증거인멸 포착…美 ITC에 조기 패소 요청”
LG화학 “SK이노, 증거인멸 포착…美 ITC에 조기 패소 요청”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1.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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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증거개시(Discovery)’ 과정에서 드러난 SK이노베이션의 광범위한 증거인멸,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영업비밀을 이메일 전송과 사내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부서에 조직적으로 전파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화학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직원이 “LG화학 연구소 경력사원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고 요약한 정보에 따른 것”이라며 사내에 공유한 이메일에는 LG화학의 전극 개발 및 생산 관련 상세 영업비밀 자료가 첨부됐다.

채용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은 전직자들을 통해 전지의 핵심 공정 및 스펙에 관한 상세 내용 등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지속적으로 탈취해 조직 내 전파했다는 정황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019년 4월30일 사내 메일.ㅣ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2019년 4월30일 사내 메일.ㅣ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과 LG화학 난징, 폴란드 공장의 코터(Coater) 스펙을 비교하고 해당 기술을 설명한 자료와 57개의 LG화학 소유의(Proprietary) 레시피 및 명세서(Recipes and Specifications) 등을 사내 공유 했다는 내용도 발견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4월 29일 소송제기 직후는 물론 그 이전부터도 전사차원(Company-wide)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인멸 행위를 해왔다고 보는 중이다.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서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낸 정황이 발견됐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Instructions)와 함께 LG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75개 엑셀시트 중에서 SK이노베이션이 8월 21일 제출한 문서 중 휴지통에 있던 ‘SK00066125’ 엑셀시트 한 개에는 980개 파일 및 메일이 10월 21일에서야 모든 존재가 밝혀진 74개 엑셀시트에는 무려 3만3000개에 달하는 파일과 메일 목록이 삭제를 위해 정리됐다.

ITC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ITC에 이에 대한 포렌식을 요청했고 ITC도 이례적으로 승인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980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며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ITC 및 LG화학 모르게 9월 말부터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하여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