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특허 KR 310이 뭐길래…LG-SK 5년전 합의서로 갈등
[이슈분석] 특허 KR 310이 뭐길래…LG-SK 5년전 합의서로 갈등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0.28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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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갈등이 특허권을 두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특허권 소송을 주고받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이번에는 2014년 맺은 특허 관련 합의서를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례적으로 합의서를 공개하며 LG화학을 비판하고 나섰고 LG화학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맞서는 중이다. 이들의 갈등의 핵심에는 LG화학이 보유한 한국 특허 KR 310(775310)이 자리하고 있다. 

28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에 따르면 KR 310은 LG화학이 지난 2005년 12월 출원한 ‘유/무기 복합 다공정 분리막 및 이를 이용한 전기 화학소자’ 특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분리막의 제조, 분리막을 포함하는 전기 화학 소자 등으로 배터리의 안전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이 특허가 갑작스럽게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분리막 관련 KR 310을 포함 5개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소송은 법정다툼으로 이어지다 2014년 말 양사의 극적 합의로 소송이 취하됐다.

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미국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 ATL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쾌거를 만들었다.

이 특허가 지금 다시 거론되는 것은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 미국특허 US 517(US 7662517)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US 517은 사실상 KR 310과 동일한 내용으로 이뤄진 분리막 특허다. 특허명은 물론, 발명자나 우선권번호, 요약이나 도면까지도 같다. 

SK이노베이션이 US 517과 KR 310과 동일한 특허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가장 큰 쟁점은 2014년에 SK이노베이션-LG화학 사이에 작성된 합의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합의서를 공개하고 “합의서에는 대상특허와 관련, 국내·국외에서 쟁송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실제 합의문에는 ▲LG와 SK는 양사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력 확대에 공동으로 노력한다 ▲LG와 SK는 대상특허와 관련해 향후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해 국내/국외에서 상호간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특허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 등이 명시됐다.

LG화학이 미국에서 특허 US 517의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것은 합의 파기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내 특허와 미국의 특허는 전혀 별개의 관계라는 주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양사가 합의한 대상특허는 KR 310이라는 특정 한국특허 번호에 ‘관련한’ 것”이라며 “합의서 그 어디에도 ‘KR 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 입장에서는 한국 특허보다 권리범위가 넓은 미국, 유럽 등의 특허까지 포함시켜 합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이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내부 문건도 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이 특허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내용마저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합의서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법원에서 풀어질 것으로 보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 모두 한치도 물러나기 힘든 자존심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합의한 사실이 있는 만큼 LG화학의 소송이 받아드려진다면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이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상황인 만큼 강도 높은 맞대응 소송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이 외에도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배터리 시장을 두고 한치 물러남 없는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5년 전 합의서와 특허소송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며 “당시 합의서에 보상금이나 특허 활용에 대한 계약조차 없어 보이는 만큼 결과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