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정몽규 회장의 신사업 갈증 풀릴까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정몽규 회장의 신사업 갈증 풀릴까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9.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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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를 선언하면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의중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DC그룹은 건설업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항공사와 직접적 시너지를 내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신규 사업을 위한 배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좋지만은 않다.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이후 10% 이상 급락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의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라는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예비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ㅣ사진=HDC
정몽규 HDC그룹 회장.ㅣ사진=HDC

총 5파전이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HDC그룹은 적극적으로 나서온 KCGI나 애경그룹 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의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1조6000억원에 달하는데다 미래에셋대우라는 우군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정 회장의 신사업 의지로 보고 있다. 범현대가로 꼽히는 HDC그룹은 건설업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꾸준히 사업다각화에 대한 갈망이 존재했다. 

HDC아이파크몰을 직접 운영하면서 유통업계에 진출하거나 호텔신라와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면서 면세업에 진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호텔, 레저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왔다. 한솔그룹의 오크밸리(현 HDC리조트) 인수를 추진한 것도 정 회장의 신사업에 대한 갈증이 배경에 있다는 설명이다. 

분명 아시아나항공은 업종을 떠나 매력적인 매물이다. 자체 항공운송면허는 물론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거느리고 있어 단번에 항공업계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HDC그룹과의 시너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 호텔, 면세점 사업에서 항공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사례를 보면 기내면세점 사업의 규모가 다른 면세점에 비해 크지 않고 호텔사업은 아예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골치가 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의 비관론도 있다. 김선미 KTB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기존 사업다각화 방향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HDC신라면세점과의 사업 시너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변동성 등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당일 10% 가량 하락했는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대해 시장이 냉혹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는 단기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HDC그룹이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신규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M&A를 통한 승자의 저주가 가장 큰 우려가 된 만큼 주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설득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 얼마에 인수하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