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의 '반도체·바이오' 중대 고비…50년 신뢰마저 흔들려
[현장] 삼성의 '반도체·바이오' 중대 고비…50년 신뢰마저 흔들려
  • 이연춘
  • 승인 2019.07.17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삼성의 주력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급제동이 걸렸고 바이오 산업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경영 성과나 미래 준비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여전히 논란이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여론몰이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순이익 중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장 둔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바이오·인공지능(AI)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하는 시기에 경영의 큰 불확실성이라는 난관에 직면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바이오 3공장 기공식 모습.

삼성 앞엔 적지 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미래 먹을거리로 꼽은 바이오사업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검찰 수사로 만신창이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방위 검찰 수사로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공급하며 기지개를 켰지만 미확인 분식 의혹으로 평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얘기다.

삼성 경영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 문제로 시작된 논란이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로 불똥이 튀는 현상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삼성전자가 지난 50년 동안 쌓아온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와 같은 신산업 분야에 2030년까지 총 8조4000억원, 민간이 총 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라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 한 바 있다. 다만 바이오·신약, 시스템 반도체 등 국가 미래비전을 책임질 차세대 산업이 실적 악화, 시장 상황, 외교 이슈, 사회 이슈 등 밑동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일각에선 우려한다.

이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기초적인 의혹인 '분식'의 가부에 대한 수사 결론조차 나오지 않은 가운데 '승계와 관련 여부'가 수사의 핵심으로 변질된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했고,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 8명을 이미 구속했다. 

한마디로 사상 초유의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올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가운데 실적이 악화되고, 최대 시장인 2개의 거대 국가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리더십은 마비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은 경쟁 리스크 아닌 정책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헬스 산업은 경쟁력 있는 미래먹거리로 평가 받으며 정부는 지난 5월 국가 주력사업으로 선포한 바 있다. 삼성 등도 수 년 전부터 육성에 힘쓰고 있는 산업분야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눈높이가 높고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부의 육성 발표와 다르게 사법당국에서 분식회계라는 확인되지 않은 멍에를 씌워 사업 전개에 매우 어려운 사항에 직면해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사진=연합뉴스)

금융 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징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월드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 경쟁력은 2016년 보다 두 계단 떨어진 26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 홍콩, 일본에 이어 4위이다.

반면 지난해 24위였던 UAE가 올해 두 계단 올라서 우리를 앞질렀고 중국과 대만은 27위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바이오는 결국 속도 경쟁인데 지금과 같은 규제 상황에서는 후발주자들에게 따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은 몇 개월째 수사를 끌며 사건의 본질을 '분식회계'에서 '승계이슈'로 변질시키고 이를 빌미로 일부 언론과 단체들은 삼성에 대한 전방위의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한국이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에 의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태는 삼성이 망하길 바라왔던 한국 내 일부 세력과 일본 강경 우파들의 바람이 결국 이뤄지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아직까지 삼성이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