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경제전쟁] 전문가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에 악재"
[韓日 경제전쟁] 전문가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에 악재"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7.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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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 제재를 발동한다는 소식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수정해 TV·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총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한다.
 
사진=연합 제공
사진=연합 제공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생산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규제 대상으로 선택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 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상회한다"며 "또 다른 소재인 에칭가스도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국내 업체들의 일본 수출 규제와 더불어 일본 업체들로부터 품목을 수입해 오는 것도 제재를 가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첨단재료 등의 수출에 관해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고 있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도 한국을 제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백색 국가' 대상에서 제외되면 일본 업체들이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에서 일본 업체들의 피해도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출 규제로 인한 고객사 이탈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스마트폰 업체들은 여전히 부품 중 상당 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또, "일본의 경제 제재 소식은 당장 반도체 업종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합의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된 것은 대형 반도체 업체에 긍정적 소식이지만, 시장은 일본 제재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부품의 경우 업체별로 영향이 다를 수 있고 수입처도 다양할 수 있어 당장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수출 허가신청 면제의 경우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면 8월부터 수출 허가와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여러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의 수출 규제보다도 수입 제재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시도가 국내 업체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국면에 놓여 있다"며 "제조사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규제로 인한 생산 차질을 빌미로 향후 일본 업체을 대상으로 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향후 국내산 소재의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심 소재의 재고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규제 제한 조치에 대해 장기적인 마찰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 외에도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 국가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다툴 분쟁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