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 매매로 시장교란' 메릴린치...제재 판가름 코 앞
'초단타 매매로 시장교란' 메릴린치...제재 판가름 코 앞
  • 이재선 기자
  • 승인 2019.06.1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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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19일 시장감시위 개최…시세 영향 의심
사진제공=연합뉴스

[비즈트리뷴=이재선 기자] 한국거래소가 오는 19일 시장감시위원회를 열어 메릴린치의 초단타 매매에 대한 제재금 부과, 주의·경고 등의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메릴린치는 미국 시타델증권의 초단타 매매 창구 역할을 했다. 시타델증권은 지난해 메릴린치를 통해 코스닥에서 수백개 종목을 초단타 매매해 상당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가 확정되면 국내에서 초단타 매매로 대형 금융기관이 제재를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지난 2014년 미국 트레이딩업체 타워리서치가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서 초단타 매매로 시세조종을 했다. 이와 관련, 증권선물위원회는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타워리서치를 검찰 고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타워리서치의 경우 검찰에서 미국 현지 혐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현재 기소유예 상태다"라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통보해 현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빈도 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로 불리는 초단타 매매는 컴퓨터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주문을 내는 알고리즘 매매의 일종이다. 고속 전용선과 고성능 컴퓨터로 1초에 수백~수천 번의 주문을 초고속으로 낼 수 있다.

시타델증권이 초단타 매매로 차익을 얻은 자세한 기법이나 매매에 적용한 구체적인 알고리즘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가격보다 조금 높은 호가로 많은 매수주문을 낸 뒤, 다른 투자자의 추격매수로 가격이 오르면 주문을 취소하고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낮은 호가로 매도주문을 내 가격이 내리면 주식을 사들인다고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4월 한 개인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메릴린치가 현재 매도 호가창에 매도 물량을 무더기로 쌓아둬 개인투자자를 위협하고 있다"며 "그 후 아래 호가에서 다시 매수를 반복하고 이후 약간의 주가 상승시 무더기 매도를 반복하는 식으로 호가창 교란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는 이 같은 행위가 명백한 위법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거래소 자체 시장감시 규정상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심의를 벌여왔다.

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제4조(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의 금지)에 따르면 '거래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직전가격 또는 최우선 가격 등으로 호가를 제출한 뒤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과도하게 거래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오해를 유발하게 할 우려가 있는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하는 행위', '동일 가격 호가를 일정 시간에 분할 제출해 수량 배분 또는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도 금지 대상이다.

거래소는 위탁사인 시타델증권이 이러한 불건전 주문·매매 행위를 할 경우 주문 창구인 메릴린치가 이를 막을 의무가 있지만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거래소는 시타델증권이 적용한 알고리즘이 단순 차익거래 목적의 일반적인 초단타 매매가 아니라 허수성 주문을 통해 시세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봤다.

거래소 관계자는 "단순히 초단타 매매로 거래량이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 2010년 '플래시 크래시' 사태처럼 알고리즘 자체가 시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설계됐다면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0년 5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약 15분 만에 9% 이상 폭락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일시 급락) 사태 이후 미국 법무부는 이 사태를 일으킨 영국의 선물거래인 나빈더 사라오를 기소하고 유죄 인정을 받아냈다. 나빈더 사라오는 수많은 허수 주문을 내 가격에 영향을 미친 뒤 즉시 취소하는 스푸핑(spoofing) 방식의 알고리즘 매매를 통해 약 4000만 달러(약 47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다만 거래소는 이번 초단타 매매가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에 위반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 맡기기로 하고 심리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도 시타델증권에 대해 매매패턴 분석 등을 통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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