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기회를 찾아] 샌드위치 신세 韓기업들…글로벌 경제위기 확전 '불안'
[美中 무역전쟁…기회를 찾아] 샌드위치 신세 韓기업들…글로벌 경제위기 확전 '불안'
  • 이연춘
  • 승인 2019.06.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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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한국기업이 미·중 무역 전쟁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기업이 점점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는 지난 4∼5일 주요 글로벌 기술 기업을 불러 트럼프 정부의 요구대로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중국 대표기업 화웨이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자 중국이 갑자기 이와 관련 있는 한국 등의 주요 업체를 불러들여 강한 압박을 가한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부른 기술기업에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등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을 공표한 가운데 삼성 등 화웨이 관련 외국 기업들을 불러 면담했다는 것은 사실상 중국 편에 서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이는 미중 양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삼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中, 삼성·SK하이닉스 등에 경고

문제는 한국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끊으면 중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자칫 중국과의 관계가 삐끗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 보복으로 인해 수년간 곤욕을 치렀던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갈등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에서 입단속만 강화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 화웨이는 5대 매출처 가운데 하나다.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면서도 이 업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들 기업은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계속 사업하고 싶어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가뜩이나 중국에서 반도체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반독점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 중간에 끼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미중 양국의 분쟁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을 기술 냉전으로 진단하면서, 기술 냉전으로 세계가 2개의 경제 진영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의 편 가르기에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외교장관도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중간에 있는 우리 같은 소국들로선, 억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탓에 경제위기 온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길어지면서 그 여파는 한국기업을 넘어 전세계에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현재의 경기둔화는 무역갈등의 결과가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실질적, 전면적 무역전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통상정책 때문에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부 장관은 "상황의 불안정성 때문에 우리의 근본적인 경제지표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모두 안다"며 "통상갈등에서 탈출할 길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고율 관세와 수출입 제한 조치의 수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입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기술 패권 다툼으로 번져가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빌 모노 캐나다 재무장관은 "중국이 카놀라 무역에 제한 조치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카놀라의 품질과 관련된 게 아니라 우리 법체계에 대한 무역 대응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캐나다산 카놀라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멍 부회장의 체포와 인도 심리에 대한 중국의 압력 행사라는 관측이 많다.

국제기구들도 미중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글로벌 경제의 부진을 경고하면서 무역분쟁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WB는 무역전쟁 때문에 글로벌 무역 증가세가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IMF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 때문에 내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이 추가 관세 영향이 없을 때와 비교할 때 0.5%, 4550억달러(539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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