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놀이터'...대량보유자 공시 97% 차지
한국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놀이터'...대량보유자 공시 97% 차지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5.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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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공매도 주식의 대다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놀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 12만1035건 중 외국인 투자자 공시가 11만6973건으로 전체의 96.6%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 공시는 4062건으로 3.4%에 그쳤다.

지난해 해당 공시를 낸 투자자는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43곳의 기관 투자자(외국인 투자자 포함)와 1명의 개인 투자자가 있었다.

이 공시를 가장 많이 한 곳은 영국계 금융회사인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로 전체의 44.5%인 5만3855건에 달했다.

이어 '메릴린치인터내셔날' 2만963건(17.3%), '크레디트 스위스 시큐리티즈 유럽 엘티디' 2만403건(16.9%), '제이피모간 증권회사' 8천412건(7.0%), '유비에스에이쥐' 4천259건(3.5%),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3천677건(3.0%) 등의 순이었다.

국내 투자자 중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935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비중은 0.8%에 그쳤다.

그다음으로 NH투자증권 574건(0.5%), 안다자산운용 422건(0.3%), 이베스트투자증권 397건(0.3%), 삼성증권 338건(0.3%), 미래에셋대우 243건(0.2%), KB증권 192건(0.2%) 등이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이 4만1793건(34.5%), 코스닥시장이 7만9242건(65.5%)이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세력의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방식 / 사진=연합뉴스
공매도 방식 / 사진=연합뉴스

종목별로 보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나 2위인 SK하이닉스는 해당 공시가 1건도 없었다. 현대차는 104건, 셀트리온은 1092건이었다.

한편 2016년 6월 말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가 도입돼 투자자나 그 대리인은 공매도 잔고가 해당 종목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이를 공시해야 한다. 물량 비중이 0.5%가 되지 않아도 공매도 금액이 10억원이 넘으면 공시 대상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으로,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놀이터로 전락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에서도 이런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국내에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사건도 종종 발생하면서 아예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과태료 75억원을 부과했다. 증선위가 부과한 과태료 액수 중 사상 최대였다. 또 올해 4월에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 자회사 골드만삭스인디아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 금융회사 4곳이 불법 공매도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공매도 급증 종목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발견되면 기획조사를 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징역·벌금 등의 형벌 부과와 부당이득의 1.5배까지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