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재 영입 전쟁-②] 몸값 높아지는 엔지니어…집토끼 지켜라
[기업, 인재 영입 전쟁-②] 몸값 높아지는 엔지니어…집토끼 지켜라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5.15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대표 기업집단인 SK그룹과 LG그룹이 인재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면서 재계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LG화학이 자사의 핵심 인재와 영업비밀을 빼갔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기준 국내 3위, 4위 그룹이 ‘인재 빼가기’로 소송을 치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인력 유출 관련 소송의 역사만을 본다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다. 기업, 업종을 불문하고 인력 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우려와 소송은 꾸준히 있어왔다. 그 핵심에는 인재의 영입을 보는 시각 차이에 있다. 경쟁사 영입에는 늘 이직과 배신 사이에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편집자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제소 전에 임직원 대우를 어떻게 했길래 대량으로 이직하는지 반성을 먼저 하는 게 순서 아닌가.”

최근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인력 빼가기 소송에 대해 LG화학 블라인드에서 언급된 댓글의 일부다. 실제 기업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서 LG화학에 대해 비판적인 업계의 언급은 적지 않다. 

이런 여론이 두 회사 갈등의 승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적어도 LG화학 내부 불만의 핵심이 처우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LG화학의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게 된 배경에도 SK이노베이션의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이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박한 LG, 후한 SK?

15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배터리부문의 급여는 차이가 적지 않다. 이같은 현황은 지난해 사업자보고서에서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전지부문의 남성 근로자 4721명은 지난해 평균 83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여성709명도 지난해 평균 6000만원 수준의 보수를 챙겼다. 전체 평균은 약 8000만원 수준. LG화학 전체 근로자의 평균 급여 8800만원보다 9% 가량 적은 규모다. 

이에 반해 SK이노베이션의 직원당 평균 급여는 1억2800만원 수준이다. 사업보고서에는 부문별로 세분화되지는 않았지만 LG화학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LG화학의 성과급은 기본급의 500% 수준이었지만 SK이노베이션은 기본급의 1000% 였다. 

결국 LG화학의 직원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게 되는 과정에는 고임금에 대한 유인요인이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블라인드에는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채용공고가 나면 앞다퉈 올리면서 이직을 고민하는 글이 적지 않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 경력직을 우리가 빼온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나은 처우와 기업문화, 삶의 질을 위해 회사를 옮긴 경우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직이 문제가 아니라 이직 과정에 벌어진 불법적 영업비밀의 침해가 문제”라고 항변했다. SK이노베이션 이직 과정에서 경력직원이 LG화학 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동료직원의 실명을 상세하게 제출하게 하는 등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 기술인재 몸값 높아질 듯

그럼에도 업계의 여론이 LG화학이 비우호적인 것은 처우 개선에 대한 직원의 필요성 등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기술 업체들은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처우와 함께 이들에게 지속 근무에 따른 가치를 제공하는 중이라는 것. 급여가 높은 경쟁사 SK이노베이션도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괜히 핵심인력에 파격적인 보수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지만 기존에 근무하던 핵심 인력을 붙잡기 위한 합당한 처우와 기업문화, 근무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은 최근까지 삼성SDI 외에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었지만 최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SK이노베이션 등 후발주자를 포함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중이다. 

반면 국내에 배터리 분야의 전문가의 수는 제한적이다. 대체로 LG화학이나 삼성SDI 출신이 대다수다.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라도 경력자를 채용하고 싶지만 국내 전문가가 제한된 만큼 기업간의 갈등문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인재 전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세계를 주도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에서는 기존 연봉의 몇배를 지급하겠다는 해외 경쟁사의 제안도 적지 않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중이다. 

이때문에 보다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후발주자의 인재 빼앗기 시도와 선발주자의 인재와 기술 지키기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