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1분기 실적 잔혹사…메리츠화재만 '고공행진'?
손보사, 1분기 실적 잔혹사…메리츠화재만 '고공행진'?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5.10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발목 잡힌 손보사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집중 전략 효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메리츠화재 홀로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들의 실적 부진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탓인데, 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MS)을 늘리지 않고, 장기인보험에 집중했던 것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이달 손보사들이 1분기 실적을 연이어 발표한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등 상장 손보사 5곳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5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손보사별로는 업계 1위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이 2249억원으로 25.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각각 13.3%, 19.0% 떨어진 955억원, 859억원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는 9% 증가한 688억원, 한화손해보험은 36.3% 떨어진 18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데다 자동차 정비수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사업비율과 손해율이 높아진 탓이다.

실제 1분기 가마감 기준 이 손보사 5곳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8%로 지난해보다 3.54%포인트 상승했다. 적정 손해율인 77~80%도 훌쩍 웃돌았다. 올해 초 단행했던 자동차보험료 인상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손보가 연초 요율 인상을 단행했지만 원가 부담에 충분한 인상폭이 아니었기에 전년 말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은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근거로 손보사들이 2분기 요율 인상에 나설 계획이라는 점에서 상반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업계는 육체노동 정년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아지고, 한방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적용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노동가동연한)를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판결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의 보험금 산정 기준이 되는 정년이 올랐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도 그만큼 늘어난다.

업계는 육체노동자의 정년이 65세로 오를 경우 업계 보험금 지급액이 약 1250억원 증가하고, 보험료도 1.2% 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손해율 인상 요인 발생으로 손보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업계 5위 메리츠화재 홀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리츠화재의 1분기 순이익이 손보사들 가운데 홀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화재가 손해율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보험 사업보다 장기인보험에 주력했던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장기인보험은 암·건강·자녀보험 등 질병, 사고 등을 보장하면서 만기가 긴 상품을 말한다. 손보업계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경과보험료 중 장기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84%, 자동차보험 11%, 일반보험 5%였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장기보험 경과보험료 비중이 60~70%인 점을 고려하면 메리츠화재의 장기보험 비중이 월등하게 높았고, 자동차보험 비중은 낮았다. 다른 손보사의 경우 경과보험료 중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화재 25.5%, 현대해상 26.7%, DB손보 26.1%, 한화손보 13.3%였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부터 GA(독립보험대리점)을 통해 장기인보험 판매에 주력해왔다. 애초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2018년 말 4.3%)이 높지도 않았을 뿐더러 날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손해율 변동폭이 큰 자동차보험에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객 유치를 위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늘려온 다른 보험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시장점유율은 기존 14.9%에서 19.1%로 확대됐고, 장기인보험 부문에서 삼성화재의 뒤를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포화시장인 장기보험에서 유일하게 고성장이 나오고 있는데 보험업종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돼 있는데 유일하게 고성장이 나오고 있는 점은 명백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요인"이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0.5%포인트 상승에 따른 세전이익 영향이 -0.9%로 손해보험사 중 가장 낮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늘리기보다는 계속 장기인보험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