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 개방?…"국내 은행에 호재 아냐"
중국 금융시장 개방?…"국내 은행에 호재 아냐"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5.09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진출 시중은행들 "해당 사항 없어"
보이지 않는 규제·현지 경영상황 등 우려 여전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최근 중국 정부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개선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대부분의 국내 시중은행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이 시중은행들의 중국 영업 담당 부서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중국의 이번 금융시장 개방 조치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궈수칭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관영언론과의 공동 인터뷰를 통해 중국 금융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의 조치 12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계 은행은 중국 상업은행의 지분을 10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외국 금융사가 중국 현지 은행에 투자하려면 단일 지분 20%, 합산 지분 25%로 한도가 제한됐었다. 또 외국계 은행이 중국에 은행 법인을 세울 때 본사의 자산규모가 100억달러(약 11조65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사라진다. 분행 설립 시 필요조건인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총자산 요건도 폐지된다.

이번 발표는 오는 10일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이 '양보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금융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사진제공=GraphicMaps.com
(아래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GraphicMaps.com, 각 사

국내 금융권에서도 이번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조치가 발표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중국 내에서 영업력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를 두고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조치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재 중국에 진출한 시중은행들은 규모를 갖춘 곳인 만큼 완화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도 이미 규제를 모두 만족시켰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즉, 지금 규제를 완화해 봐야 이미 기존 규제를 만족시켜 진출에 성공한 은행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중국에 진출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총자산이 각각 350조원 이상으로, 중국 내 법인 설립 시 필요조건인 총자산 100억달러(11조6500억원)를 30배 이상 웃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금융시장 개방 조치가) 실제로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은행이 아닌 다른 외국 은행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이미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은행이라는 건데, 그런 정도라면 규제를 완화하기 전에도 이미 중국 감독당국의 지침을 다 만족시켜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규제 완화를 발표했음에도 보이지 않는 감독당국의 규제가 존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이번 개방 조치는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해 갑작스럽게 발표된 만큼 중국 감독당국의 실질적이고 투명한 허가 과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융시장 개방이 중국이 주도해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 미국의 개방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거라서 실질적인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또 현재까지는 (금융시장 개방 조치가) 인터뷰를 통해 발표된 내용이라 이걸 은행 진출과 연관시키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들이 현지에서 리테일(소매금융)영업보다 중국 진출 국내 기업과 한국계 지상사를 상대로 하는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2016년 사드조치와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현재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은행들이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할 때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중국 점포 자산 규모는 264억3000만달러(약 31조157억원)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14.2%)과 2017년(12.1%)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던 때와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중국 진출 국내 기업들의 경영 악화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인 만큼 국내 은행들이 중국 투자를 늘리거나 진출을 고려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중국에서 현지 영업을 하려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거기 진출한 산업들,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라며 "근데 지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은행들 중에서도 새로 진출을 검토할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