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책하는 '햄버거병' 아이…사과도 없는 맥도날드
[이슈분석] 자책하는 '햄버거병' 아이…사과도 없는 맥도날드
  • 전지현
  • 승인 2019.03.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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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피해자 사연에도 '묵묵 부답', 불매운도 확산 조짐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끝나지 않은 글로벌 기업과의 싸움. 최은주씨의 4살이었던 아이는 7살이 됐다. 그 어느날들처럼 아이가 좋아하는 맥도날드 햄버거 한개를 사줬을 뿐이었는데...3년 전 그날의 선택은 최씨 인생 중 씻을 수 없는 가장 큰 사고도 돌아왔다.

'계란의 바위치기'.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최씨의 자녀는 2016년 9월 가족과 함께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 한개를 다 먹은 뒤 신장 기능의 90%를 잃게 됐다.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세트 메뉴 '해피'을 먹은 뒤의 일이었다.

◆"내가 하나를 다 욕심부려서 다 먹어 그렇지..."

설사를 동반한 식중독 장염 증세 겪던 아이 병명은 장출혈성 대장균의 후유증이라고 얘기하는 용혈성 요독증후군이었다. 병에 걸린 뒤부터는 매일 밤 10시간씩 밤새도록 투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매일 밤 하지 않으면 생명이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고작 4살인 아이의 작은 배 안에 많은 양의 약을 넣고 나면 최씨는 모두 자신의 잘못인것 같아 후회스럽고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더 비참했던 것은 아이의 태도다. 아이는 처음 투석을 시작할 때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냐'하며 화를 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엄마 미안해, 내가 하나를 다 욕심부려서 다 먹어서 그렇지'라며 자책을 하고 있다.

맥도날드 측은 지난 3년간 단 한차례 사과도 없었다.

최씨는 "사과는 전혀 없었다.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를 올렸다는 것조차도 지인을 통해 알았다"며 "맥도날드 방문 3개월 전 패티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면 절대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힘겨운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고소 후 돌아온 '무혐의' 처분, 홀로 시작된 2년간의 '1인 시위'

결국 최씨는 지난 2017년 7월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검찰은 한국맥도날드와 맥키코리아, 유통업체 등을 압수수색하고 피고소인과 고소인 등 조사를 진행했다. 또 의학·식품학·미생물학 분야 교수들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과 몇차례 간담회도 열었다.

여론은 심각성을 알고 해당 회사의 제품을 불매하기로 했다. 이 아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계속 나왔다.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연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단체고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한국맥도날드를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연한국맥도날드 햄버거병 단체고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한국맥도날드를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맥도날드는 6개월의 수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이가 먹은 햄버거가 실제 병을 일으켰는지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맥도날드에 납품된 쇠고기 패티에선 병원성 미생물 오염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피해자들이 먹은 돼지고기 패티의 경우 위생문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피해자 측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이어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던 최씨는 이미 홀로 거리로 나온지 오래.

날마다 지쳐가는 아이를 본 최 씨는 억울함만이 가득 올라왔다. 최씨가 수년간 회사와 싸울 동안 자연스럽게 사건은 잊혀져갔고, 매장에는 다시 손님들이 오고갔다.

◆3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맥도날드,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

다행히 2년 넘게 홀로 1인 시위를 지속하자 시민단체들이 손을 내밀어줬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월부터 기자회견도 열어 고소 움직임에 동참해줬다.

그리고 27일, 최씨는 한 방송을 통해 한국맥도날드가 O-157 오염 패티가 전국 10개 매장에서 15박스 남은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고, 패티 제조업체에는 관계기간에 ‘재고 없음’으로 거짓 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 소식을 접했다.

지난 2017년 7월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리 아이의 어머니 최은주씨(사진 가운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패티 제조업체인 맥키코리아 측이 2016년 6월 패티에서 O-157이 검출됐다고 원청인 한국맥도날드 임원에게 이메일로 보고했지만, 맥도날드는 맥키코리아 측에 ‘재고가 없다고 하라’고 담당 공무원에게 허위보고 할 것을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한국맥도날드가 햄버거 패티에서 O-157이 검출된 사실과 시중 매장에 대장균 패티가 잔존함을 명백히 인지했었던 것이었다.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들은 다음날인 28일 검찰의 즉각적인 재수사 착수와 함께 한국맥도날드 불매운동을 선포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가만 있지 않았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권미혁 원내대변인 현안 브리핑을 통해 검찰에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에 대해 엄정 수사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자 맥도날드 ‘햄버거병’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검찰도 재수사에 나섰다. 지루했던 지난 2년간의 싸움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며 '사과'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한줄기 희망을 접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측은 황당한 행동을 취해왔다. 한국맥도날드는 입장문으로 “해당 사안과 관련해 사법당국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고 조사 과정에서 문제된 제품이 전량 회수 및 폐기됐음을 소명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아이는 어느새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할 나이가 됐다. 여전히 맥도날드는 사과조차 하고 있지 않다.

최 씨는 맥도날드와의 묵묵한 긴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3년의 시간은 오늘도 하루를 더 보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