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입 후 카드수수료 나아졌나...피해는 소비자에게
정부개입 후 카드수수료 나아졌나...피해는 소비자에게
  • 이나경 기자
  • 승인 2019.03.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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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나경 기자] 지난 2012년 3년마다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금융위원회 수장이었던 김석동 위원장은 "모든 가맹점이 수용할 수 있는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산출하라는 법은 사실상 집행 곤란하다"고 말했었다.

김 위원장은 또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강제하는 법률은 다른 영역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좋지 않은 입법례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물론 금융위가 마구잡이로 수수료율을 정하지 않는다. 가맹점의 규모와 결제 행태, 카드사 마케팅 등으로 '적격비용'을 따져 합리적 수준에서 정하되 영세 가맹점 보호를 위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문제는 영세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은 낮춰지고 대형 가맹점은 올리면서 발생한다. 매출액이 적고 소액결제가 많다는 이유로, 수수료율을 낮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데 적용 대상이 갈수록 늘었다. 수수료율은 3년 단위 정기 개편 때뿐 아니라 수시로 바뀐 것도 한 몫 했다.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과 관련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한 예다.

문 대통령의 지시 후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는 연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2.05%에서 1.40%로,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1.56%에서 1.10%로 낮추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17일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제 273만개 가맹점 중 262만6000개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며 "이쯤 되면 우대 수수료율이 아니라 사실상 일반 수수료율"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전체 가맹점 99%의 수수료율을 깎아주고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올리도록 했다.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즉 포인트 적립이나 각종 할인혜택이 집중된 대형가맹점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결제 중단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내자 카드사들은 애초 올리려던 수수료율 인상폭(0.1%포인트)의 절반(0.05%포인트)으로 물러섰다.

카드사들은 이번 주부터 유통·이동통신·항공업종 등의 대형가맹점들과 수수료율 인상 협상에 들어가지만, 협상이 뜻대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게 됐다.

수수료 인상 협상이 난항은 여전법이 개정 이후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게 되면서부터 예고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에선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 경쟁이 사태 악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자동차 구입 카드결제가 있다. 자동차 딜러가 현금결제 대신 특정카드 발급·결제를 유도하고,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수입을 딜러와 고객에게 '캐시백'으로 나눠주는 마케팅으로 불필요한 카드결제가 이뤄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소비자 입장에선 카드결제로 캐시백을 받으면 기분이 좋겠지만, 현금결제 할인이나 각종 옵션이 제한된다"며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리면, 대형가맹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서비스의 소비자가격에 어떻게든 녹아들게 돼 있다"며 "시장실패를 바로잡으려고 개정한 여전법이 정책실패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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